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3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7-02 조회수84 추천수6 반대(0)

걷는 것이 참 좋습니다. 건강에도 좋고, 마음도 맑아집니다. 그런데 걷다 보면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가 온 뒤, 습기가 많은 곳을 걷다 보면 원치 않는 친구들, 곧 모기가 찾아옵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려고 하면 어디선가 나타나 친구 하자고 다가옵니다. 물리는 건 참을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뒤의 가려움입니다. 버물리를 발라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그 불편함. 한번은 모기가 아닌 다른 벌레에게 물렸는데 물집도 생기고 며칠을 고생한 적도 있습니다. 그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아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마존에서 벌레 퇴치 스프레이를 주문했습니다. 뉴욕에 있을 땐 잘 챙겨 썼는데, 달라스에 와서는 그만 잊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에는 마()가 많다는 뜻입니다. 산책이 좋지만, 벌레가 따라오듯, 인생에도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신앙의 여정도 비슷합니다. 어떤 분은 모태 신앙으로 어릴 적부터 성당과 함께 자라납니다. 저 역시 모태 신앙입니다. 이런 분들을 보면 양식장에서 자라는 물고기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신앙 환경에서 자란 셈입니다. 반면에 세례를 받지 않고 살아오다가 어느 시점에 신앙을 받아들이신 분들도 계십니다. 결혼을 통해, 친구를 통해, 혹은 삶의 고난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된 분들입니다. 이분들에게는 신앙이 늘 새롭고, 그래서 오히려 더 간절합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자리를 잡아갑니다. 우리 본당에도 개신교에서 오신 분들이 계십니다. 개신교의 좋은 전통을 품고, 천주교의 전례와 성사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새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신앙이 더 좋을까요? 모태 신앙일까요? 아니면 성인이 되어서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은 신앙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앙의 시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어떻게 드러내며 살아가느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습니다. 바리사이들은 불쾌해하며 말합니다. “당신네 스승은 왜 저런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것이오?” 그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병든 이들에게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예수님께서는 외면당한 사람들, 부족한 사람들, 아픈 사람들과 함께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특정한 자격이나 조건을 따지지 않습니다. 마치 벌레에게 물리면서 우리 몸에 면역력이 생기듯이, 신앙도 시련과 아픔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싶어집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 마음도 종종 물리고 긁히고 가렵습니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현실 때문에 시험에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다시 성체 앞에 나와 무릎 꿇는 그 순간, 하느님은 우리 각자를 감싸안으십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리라.”

 

그리고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이사악의 이야기도 우리에게 말합니다. 이사악은 어머니 사라가 세상을 떠난 후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 상실은 크고 아픈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레베카를 만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는 비로소 위로받습니다. “이사악은 레베카를 사랑하였다. 이로써 이사악은 어머니를 여읜 뒤에 위로받게 되었다.” 사랑은 상실을 메우는 가장 깊은 치유입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을 만나고,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물게 될 때 우리는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비로소 치유 받고, 위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십시오. 모기에게 물렸다고 걷는 걸 멈출 수는 없습니다. 삶이 가렵다고, 믿음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각자의 신앙 여정, 그 길 위에서 주님은 오늘도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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