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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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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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7-05 | 조회수39 | 추천수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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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미사] 마태 10,17-22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우주 비행사가 우주 공간에서 오랜 시간동안 지내면 어떻게 될까요? 우주에는 중력이 없기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수월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아주 편안할 것 같습니다. 특히 허리나 무릎 관절이 아파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버거운 이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조건일 듯 하지요. 하지만 우주 공간에 오래 머무르면 오히려 건강상태가 안좋아진다고 합니다. 근육이나 골밀도는 내 몸을 짓누르는 압력을 견디면서 강화되는 것인데 그럴 일이 없으니 근육량은 점점 감소하여 약해지고, 골밀도는 낮아져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힘들어도 제 힘으로 땅을 딛고 살아야 합니다. 나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세상의 거센 압력을 견뎌야 몸과 마음의 근력이 강해지고 뼈도 단단해지기 때문입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고 편한 것만 찾는 나태한 신앙, 주님을 통해 이익을 얻기만을 바라고 십자가를 외면하는 이기적인 신앙은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작은 풍랑에도 쉽게 휩쓸리고 무너지기에, 우리는 주님께서 맡겨주신 십자가의 무게를 기꺼이 견뎌내야 하는 것이지요.
오늘 우리는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의 삶과 신앙을 기념하는 신심미사를 봉헌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포함한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모질고 혹독한 박해의 시기를 잘 이겨내실 수 있었던 것은 쉽고 안락한 삶에 안주하게 만드는 나태함과 안일함의 유혹에 맞서 싸우셨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건네주시는 고통과 시련이라는 십자가를 힘들고 괴롭다고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과 순명의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안으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원의 여정이 힘들다고 중간에 멈춰서거나 딴 길로 새지 않고 끝까지 그 길을 걸으셨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하느님께서 그분들을 위해 마련해주신 ‘의로움의 화관’을 쓰고 참된 영광과 행복을 누리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사도들에게 모진 박해와 미움을 감내해야 함을 예고하시면서,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우리에게 그런 점을 알려주시기 위함입니다. 주님의 뜻을 따르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고통과 시련을 어쩌다 한 두번 감당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구원이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을 사는 동안 내내 잘 감내하다가 마지막 순간 유혹에 걸려 넘어져 최후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는 ‘문’은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신앙의 길, 구원의 길의 ‘끝’에 있기에, 우리가 성실함과 항구함으로 그 끝에 다다르지 못하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해온 노력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마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힘들고 어려운 구원의 길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 나라’를 죽은 다음에야 가는 나라로 여기지 않고,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부터 하느님 나라의 복된 삶을 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우리에게 그럴 수 있는 힌트를 알려줍니다.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고통과 시련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우리 안에 참고 견디는 마음인 ‘인내’가 생겨 내적으로 강해질 기회를 얻습니다. 한편 인내를 꾸준히,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수양’을 계속하면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가지요. 그러면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이 아니라 하느님만이 나에게 참된 행복을 주실 수 있다는 희망을 지니고 지금을 기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께 희망을 지니고 살아온 것을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게 넘치도록 후한 보상을 내려주실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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