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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로우 묵상] 거저 -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작성자서하 쪽지 캡슐 작성일2025-07-10 조회수63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14 주간 목요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마태 10.8)

 

 

거저 받은 존재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여전히 저의 영적 아버지로 현존하시는

구천규 마르코 신부님의 은총론이 떠올랐습니다.

'“은총은, 내가 선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하지 않아도 당신이 사랑하시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너무도 새롭고 놀라운 가르침이었습니다.

이렇게 내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음도,

누군가의 사랑을 알고, 믿음을 가질 수 있음도,

결국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거저 주어진 것입니다.

이 기억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사랑을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흘러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생명력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거절 당해도, 나는 자유롭다

 

흘러나온 사랑도 거절당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거저 받은 이가 거저 주는 삶은

거절당해도, 오해받아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나누는 친절이나 평화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그것이 헛되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의 소유나 자격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넘치게 받은 은총의 나눔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받아들이지 않거든, 발의 먼지를 털고 떠나라"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단념의 말씀이 아니라, 자유의 선언입니다.

다른 사람의 반응이나 인정보다 더 깊은 중심에,

하느님께서 나를 거저 사랑하셨다는 사실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성화는 사랑의 반복

 

사랑을 주고도 돌아오는 침묵,

도움을 주고도 돌아오는 무관심,

때로는 악의적인 반응까지—?

그럴 때 마음속에서 묻습니다.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 물음 앞에서 나는 다시 기억합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는 것

성화란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며

상처받고도 다시 사랑하는 여정입니다.

실망하거나 냉소에 빠질 때,

하느님의 은총이 먼저 나를 움직이고 있음을 기억하며 다시 시작합니다.

 

주님,

제가 받은 것들을 기억하게 하소서.

숨, 사랑, 용서, 그리고 오늘 하루까지도—

모두 당신의 선물임을 믿습니다.

 

사랑을 주고도 돌아오는 침묵 속에서

상처받는 마음을 당신께 맡깁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그 사랑의 크기를 기억하며,

다시 나눌 수 있는 자유를 주소서.

 

내가 전한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이 땅에 당신 나라의 정의와 평화가 임하게 하소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오늘도 한 걸음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성화의 길을 걷게 하소서.

 

기꺼이

거저 주는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슬로우묵상, 서하의노래, 마태복음,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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