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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7-10 조회수132 추천수7 반대(0)

오늘은 서방 수도원의 아버지라 불리는 성 베네딕토 아빠스의 기념일입니다. 성인은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믿음과 질서, 기도와 노동을 통해 공동체를 일으키셨습니다.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문명이 파괴되는 암흑의 시대였지만, 그는 절망 대신 하느님을 찾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시대는 어떻습니까? LA에서는 이민자들에 대한 과도한 단속과 그에 따른 시민들의 시위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군인을 투입해 진압하고, 이민자 단속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시민들은 저항하고 있고, 우리 교구의 교구장님께서는 모든 이민자의 존엄을 옹호하는 사목 서한을 발표하셨습니다. 그 서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날 국가적인 혼란과 이민자 가정들 사이에 커지는 두려움 속에서, 저는 복음의 중심과 우리 교회의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달라스 교구는 모든 연약한 이들, 특히 이민자와 난민을 동반하는 사명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신앙인의 정체성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는 모든 국가가 자국의 국경을 보호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동시에 모든 가정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특히 빈곤과 폭력, 박해를 피해 떠나는 이들에게는 그러한 권리가 더욱 절실하다는 것도 확고히 믿습니다.

 

이 순간, 북텍사스에 사는 많은 이민자 형제자매는 추방, 가족의 분리, 그리고 자신들이 힘들게 일구어 온 삶의 터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낯선 존재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의 본당 신자이며, 학생이며, 이웃이며,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의 형제자매입니다. 모든 이민자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존재임을 결코 잊지 맙시다. ‘나는 낯선 이었을 때 너희는 나를 맞아들였다라고 말씀하신 그리스도의 정신 안에서, 우리는 모든 가톨릭 신자는 분열이나 분노가 아니라, 믿음과 기도, 연민으로 응답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우리 교구는 계속해서 본당, 가톨릭 자선회, 교구 사무국을 통해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 법률 상담, 사목적 돌봄, 영적 동반을 제공할 것입니다. 교회는 언제나 옳고 정의로운 일을 하도록 부름을 받고 있으며, 우리는 자비롭고 인간적인 이민법 개혁을 지지합니다. 법의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가족의 신성을 지켜주는 정책이 마련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우리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그들이 지혜와 용기, 자비로 이끌어지기를 바랍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수호자이신 과달루페의 성모님께서 우리 모두를 위해 전구 해 주시기를 빕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진심으로, 달라스 교구장 에드워드 J. 번스 주교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한때는 이집트에서 이방인으로 살지 않았느냐?” 이 말은 단지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깨우는 경고입니다. 우리는 어느 시대, 어느 땅에서나 이방인일 수 있습니다. 낯선 환경, 낯선 언어, 낯선 법의 그늘에 서 있는 사람들. 그러나 낯섦은 하느님의 심판 근거가 아니라, 자비의 이유입니다. 성 베네딕토는 혼란 속에서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산속으로 들어갔고, 기도와 노동을 통해 질서를 회복했습니다. 그는 교회와 사회가 모두 흔들리는 상황에서 신앙 공동체를 세움으로써 새로운 문명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영성은 두려움 속에 웅크리는 종교가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 속으로 들어가 믿음의 등불을 높이 드는 용기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전합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이 말씀은 끝까지 견디라라는 단순한 인내의 덕목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사랑과 정의를 포기하지 말라는 초대입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던져진 존재(Geworfenes Dasein)”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던져지고, 정해진 틀 없이 살아가야 합니다. 이민자, 난민, 가난한 자, 병든 자는 모두 낯선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그러나 신앙은 말합니다. “하느님은 이 낯섦의 한복판에 계신다.” 낯선 땅에서 불안 속에 살아가는 이민자들, 이름 없이 사라지는 노동자들, 경계에서 밀려나는 이웃들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봅니다. 오늘 성 베네딕토 아빠스의 삶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세상 속 혼란과 불안 앞에서 피하겠는가, 아니면 다시 불꽃을 지피겠는가?” 우리는 믿음을 피난처가 아니라 불꽃으로 살아야 합니다. 사회의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이웃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으며, 복음의 정의와 자비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바로 성인의 길입니다. 성 베네딕토의 정신을 다시 지피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는 그 유산을 따라 복음의 삶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과달루페의 성모님, 저희를 위해 빌어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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