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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08:19 조회수52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 마태 10,16-23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오늘 복음도 어제에 이어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면서 건네시는 당부의 말씀입니다. 먼저 그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힘 없고 약한 ‘양’과 같은 사도들을 탐욕으로 잔뜩 굶주려 포악해진 ‘이리’ 같은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신다니, 세속적인 시각으로 보기에 이는 다윗이 자기 부하 우리야를 가장 위험한 전장에서 선봉에 서게 한 것처럼, 거의 죽으라고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양들은 십중팔구 이리들에게 잡아먹힐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이 믿고 사랑하는 사도들을 그저 개죽음 당하라고 세상에 보내시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목숨을 희생하여 우리를 구원하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 되신 것처럼, 사도들이 당신의 뜻과 가르침을 따르는 복음적 삶을 통해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싹틔우고 자라게 하는 ‘밀알’이 되기를 바라신 것이지요.

 

당연히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미움과 박해를 받을 것입니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목숨을 잃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널리 퍼뜨리는 민들레 홀씨가 된다면 그들의 희생은 절대 무의미한 것이 아니며,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하느님 나라에서 누릴 큰 기쁨과 영광이라는 보상을 내리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주님의 말씀을 외면하고 자기 안위만 지키려고 든다면, 하느님의 뜻은 생각하지 않고 이리들의 마음에 들어 그들 무리에 속하려 든다면, 바보같이 계속 이용만 당하다가 결국엔 잡아먹히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의미도 보람도 찾을 수 없는 ‘개죽음’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 그 기준을 알려주시기 위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뱀처럼 슬기로워지라는 말씀은 “사람들을 조심하여라”라는 말씀에 연결됩니다. 즉 사람을 함부로 믿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믿어야 하는데 자꾸만 사람을 믿어서 상처를 받습니다. 사람을 믿는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나 자신을 믿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내가 나의 힘과 능력으로 원하는 뜻을 이룰 수 있다고 믿기에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 겁니다. 그러다 자기가 다른 이에게 기대하고 바란대로 되지 않으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느냐’며 그를 미워하고 원망하게 되지요. 그러나 사람은 자기 머리카락 하나조차 제 뜻대로 하지 못하는 부족하고 약한 존재입니다. 그 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이는 사람을 믿지 않기에 상처 받을 일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아도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며 대범하게 넘어가기에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죄를 지을 일도 없습니다.

 

한편, 비둘기처럼 순박해지라는 말씀은 ‘걱정하지 마라’는 말씀과 연결됩니다. 순진 무구한 어린 아이들이 전적으로 부모를 믿고 자신을 의탁하는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주님을 온전히 믿고 자신을 의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두려움과 걱정에 무겁게 짓눌려 한숨 쉴 일이 줄어듭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뜻에 따라 알아서 가장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시리라는 희망 속에서 매 순간을 기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 성녀가 동전 몇 닢만 가지고 커다란 병원을 지을 수 있었던 것도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어린이처럼 순수하게 하느님을 믿고 온전히 의탁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주님께서 시키신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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