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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로우묵상] 비 오는 창문 앞에서 -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작성자서하 쪽지 캡슐 작성일01:34 조회수79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마태 11,25)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저는 '지혜롭다' '슬기롭다'는 말이 좀 달리 들려왔습니다.

마치도 세상의 이성적 판단, 지식, 사회적 평가에 의해 만들어진

'마음의 틀'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하느님을 만나기

 

우리는 언제나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고 있습니다.

더 성공해야 하고, 더 알아야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들 말입니다.

직장에서는 인정받는 직원이,

가정에서는 모범적인 부모나 자녀가,

교회에서는 모범적인 신자가 되어야 한다고 느끼죠.

하지만 예수님은 '철부지들'에게 하늘나라의 비밀이 드러난다고 하셨습니다.

철부지는 세상의 평가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마치 아이들이 놀이에 푹 빠져 있을 때처럼,

완전히 '현재'에 집중하며 존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 존재 자체가 주는 메시지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아들에게 넘기셨다"라는 말씀에서 중요한 것은

예수님이 무엇을 하셨느냐가 아니라,

그분이 어떤 분이셨느냐입니다.

예수님은 말씀으로만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당신의 존재 자체로 하느님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가 "나는 살아있다"라는 가장 단순한 사실 앞에서 감사할 수 있을 때,

그 순간 우리는 예수님과 같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복잡한 신학 이론을 모르더라도,

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존재와 존재의 만남'입니다.

우리의 존재가 예수님의 존재와 만나고,

그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는 것입니다.

 

알려고 하지 말고 함께 있기

 

세상의 지혜는 모든 것을 분석하고 설명하려고 합니다.

하느님도 마치 문제를 풀듯이 이해하려고 하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을 분석하지 않고,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잖아요.

하느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연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존재해야 할 분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도 말년에

"내가 지금까지 쓴 모든 신학서적이 지푸라기 같다"라고 했는데,

이는 직접적인 하느님 체험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줍니다.

 

내 안의 진짜 '나' 찾기

 

"아들이 아버지를 드러내 보이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를 알 수 없다"라는 말씀은

예수님을 통해서만 하느님을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삶에서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는 세례를 통해 이미 예수님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교회에 소속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 존재 자체가 변화되었다는 뜻입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받는 나, 가족들 때문에 힘든 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걱정하는 나...

이 모든 것 너머에 '그리스도 안에서 존재하는 나'가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회적 지위나 성취가 아니라,

"나는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가장 깊고 참된 정체성입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지만 각자의 깊이에서

 

이런 깊은 영적 체험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일부입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각각의 악기가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만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 각자의 영적 체험도 공동체 안에서 하나가 됩니다.

미사에 참례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나는 개인적으로 기도하지만,

동시에 옆에 있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기도합니다.

각자의 마음 깊은 곳에서 하느님을 만나지만,

그 만남이 공동체 전체의 기도가 됩니다.

 

주님,

저희가 세상의 지혜에 의존하지 않고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존재로

'지금 여기'에서 당신께 나아가게 해주소서.

 

그리스도 안에서 저희의 참된 존재를 발견하고,

그분을 통해서 아버지와 하나 되어

일상 속에서도 당신의 현존을 느끼며 살아가게 해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슬로우묵상, 서하의노래, 존재영성, 연중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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