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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로우묵상] 사랑은 먼저 온다 -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작성자서하 쪽지 캡슐 작성일2025-09-03 조회수79 추천수4 반대(0) 신고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 즉시 일어나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루카 4,39)


성 그레고리오 교황님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가 듣게 되는 복음은 참으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참된 목자의 존재가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치유하고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존재가 회복된 사람이 즉시 어떻게 응답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흔히 착각합니다.

깨달음을 얻었거나 건강이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삶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한 지식이나 육체적 치유만으로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무언가 깊은 체험,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만남이 있을 때에만 우리는 "즉시" 행동으로 옮겨집니다.

 

그렇다면 시몬의 장모는 무엇을 만난 것일까요? 단순히 열병이 떨어진 것 이상의 무엇이 그녀에게 일어난 것일까요?

 

열을 꾸짖으시는 예수님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가까이 가시어 열을 꾸짖으시니 열이 가셨다."


이 장면을 묵상할 때, 더러운 영에게 "나가라"고 명령하시는 모습(루카 4,35), 풍랑 이는 바다를 꾸짖으시는 모습(마태 8,26)이 겹쳐집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해열제를 주어 열을 내리신 것이 아닙니다.

시몬의 장모가 겪고 있던 것은 단순한 신체적 질병을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악습, 관계의 단절, 하느님과의 멀어짐으로 인한 혼돈의 상태였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그 상태 - 나의 영이 하느님의 영과 연결이 끊어지고, 나 스스로 무언가 해보려 발버둥치다가 더 깊은 혼돈과 고통의 상태에 머물게 되는 그런 상황 말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찾지도 않았는데 주님께서 먼저 다가가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연결하고 관계를 맺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열을 꾸짖고, 더러운 영에게 나가라 명하시는" 체험의 본질이 아닐까요?

 

청하지도 않았는데 오시는 은총

 

우리의 신앙 여정을 돌아보면 이런 경험들이 있습니다.

내가 청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회심의 눈물이 흐를 때가 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가슴이 뜨거워지고, 성체 앞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힘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내가 먼저 찾지도 않았는데, 나를 너무 깊이 사랑하신 나머지 그분이 먼저 제게 오십니다.

이것이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오시는 순간입니다.

우리의 계획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순전한 은총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성 그레고리오 교황의 삶

 

오늘 기념하는 성 그레고리오 교황님의 삶을 살펴보면, 그분께서도 이런 체험을 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본래 세속의 성공을 추구하던 귀족이었습니다.

로마의 시장까지 지낸 그가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수도자가 된 것은, 무언가 깊은 영적 체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역시 하느님께서 먼저 다가가셨고, 그 사랑에 "즉시" 응답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교황이 되라는 부름을 받았을 때도, 그는 그 무거운 짐을 피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여 교회를 섬겼고,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는 겸손한 마음으로 목자의 사명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복음을 듣게 되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 같은 깨달음입니다.

 

은총에 대한 응답: 시중을 드는 삶

 

시몬의 장모는 치유받자마자 "즉시 일어나 그들의 시중을 들었습니다."

이것은 의무감이나 보답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받은 사랑이 너무 컸기에, 그 사랑이 자연스럽게 섬김으로 흘러나온 것입니다.

 

성 그레고리오 교황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한 후, 평생을 교회와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데 바쳤습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다가와 주시는 그 사랑을 체험할 때,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을 섬기고 싶어집니다. 이것이 진정한 영성의 열매입니다.

 

 

오늘 이 복음을 묵상하며, 우리 각자의 상태를 아시고 청하기도 전에 와 주시는 하느님의 성령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때로는 우리가 하느님을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찾으신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보다, 그분의 크신 사랑이 먼저입니다.

우리의 미약한 기도보다, 그분의 무한하신 자비가 앞섭니다.

그리고 은총을 가득히 받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시몬의 장모처럼 "즉시 일어나 시중을 드는 것"임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깁니다.

 

받은 사랑을 억지로 나누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 사랑이 너무 크고 따뜻해서, 자연스럽게 우리 삶 전체로 흘러나올 것입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 우리의 존재 자체가 하느님 사랑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주님,

저를 아시고

청하기도 전에 와 주시는 당신의 성령께

감사드립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슬로우묵상, 서하의노래, 시몬의장모, 자비, 사랑, 성령,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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