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2주간 목요일
“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루카 5,11)
한 배에서 시작된 두 배의 기적
오늘 저는 배에서 시작된 두 번의 기적을 천천히 묵상하며, 그 신비로움에 감동했습니다. 예수님은 많은 배 중에 오직 시몬의 배를 선택하셨고, 그 배에서 기적은 시몬뿐 아니라 동료들에게까지 이어졌습니다. 말씀은 시몬을 향했지만, 결과는 모두에게 닿았습니다.
하느님은 한 사람의 존재 안에서 일하시지만, 그 변화는 결코 홀로 머물지 않고 주변으로 퍼져나갑니다. 존재와 존재는 연결되어 있고, 한 사람의 깊은 변화를 통해 공동체 전체가 변하는 것입니다.
개입을 허용하는 존재의 열림
예수님이 시몬의 배에 오르셨다는 것은, 시몬의 가장 깊은 내면에 들어오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텅 빈 배, 실패한 밤, 지친 마음... 시몬은 자신의 부족함을 숨기지 않습니다. 어쩌면 숨길 여력조차 없었을지 모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몬이 '허용'했다는 점입니다. 강제로 모신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문을 열어드린 것입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내려놓고, 하느님이 내 존재 안에서 일하실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 드렸습니다. 이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있으면서' 하느님의 현존을 허용하면 됩니다.
빛 안에서 만나는 진실한 존재
시몬이 그물을 내렸지만, 고기를 잡으신 것은 하느님이셨습니다. 그 은총의 자리에서 시몬은 기뻐하기보다 오히려 고백합니다. “주님, 저를 떠나주십시오. 저는 죄인입니다.”
이것은 자기 비하가 아니라, 빛 안에서 드러난 참된 자기 인식입니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나는 부족하다. 나는 연약하다. 그러나 이 모습 그대로 주님 앞에 서는 것, 가면을 벗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서는 것, 이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놀랍게도, 그 자리에서 시몬은 사랑을 경험합니다. 회개는 단지 죄를 슬퍼하는 행위가 아니라, 빛 앞에서 자신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는 사건입니다.
하나에서 모두로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하늘에서는 더 기뻐할 것이다."라는 말씀 문득 떠올랐습니다.
한 사람의 회개가 왜 그토록 큰 기쁨이 될까요? 그것은 그 한 사람을 통해 공동체 전체에 하느님의 자비가 흘러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시몬 한 사람의 변화가 야고보와 요한, 그리고 함께 일하던 모든 동료들의 변화로 이어진 것처럼 말입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시몬의 말을 듣고 따른 것이 아닙니다. 시몬이 주님을 만나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본 것입니다. 회개하는 과정은 이렇게 주위에 증거가 되고, 이것이 선교라 나는 생각합니다.
지금 여기, 나의 배에 오르시는 분
오늘도 예수님은 나의 배에 오르십니다. 과거의 실패도, 미래의 걱정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우리에게 오십니다.
우리의 배는 어떤 상태인가요? 텅 비어 있나요? 지쳐 있나요? 장비는 다 갖춘 배이지만 사실 공허로 가득한가요?
괜찮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런 배를 택하십니다. 완벽한 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배를, 성공한 삶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삶을 택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그분이 내 존재에 개입하시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내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내 계획을 내려놓고, 그분이 내 안에서 일하실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것이다."
주님, 오늘 저는 제 힘을, 제 의지를 내려놓습니다. 저를 당신께 맡기오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소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거룩하고, 그것만으로도 주변에 변화의 물결이 일어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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