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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9-04 조회수73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루카 5,1-11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과 함께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할 첫 제자를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자기 소유의 배를 갖고 있을 정도로 어부로서 꽤나 잘나갔던 베드로는 동업자인 야고보, 요한과 함께 만선의 꿈을 품고 고기잡이를 떠납니다. 그러나 밤 새 그물을 쳤다가 거둬들이기를 반복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음에도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했지요. 그렇게 빈 손으로 뭍으로 돌아온 베드로는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로와 허탈감 속에서 다음 고기잡이를 위해 그물을 정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호숫가를 찾아오신 예수님을 만났고, 그분께서는 그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말씀하시지요. 그 말씀을 들은 베드로는 내적 갈등에 빠집니다. 수십 년간 쌓여온 어부로서의 ‘앎’에 따르면 이제와서 다시 그물을 쳐봐야 또 다시 허탕을 칠 게 뻔했지만, 권위를 가지고 사람들을 가르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거스르면 안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자기 ‘앎’을 버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러자 베드로의 눈 앞에서 기적이 일어납니다. 주님 말씀대로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던졌더니 그물이 찢어질만큼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기적은 물고기를 많이 잡은 사건이 아니라 베드로의 변화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이 변화를 보여주는 두 가지 표징이 드러나지요. 첫번째 표징은 베드로의 이름이 바뀐 것입니다.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이름은 ‘시몬’이었는데, 예수님 말씀에 순명하여 기적을 체험한 후에는 ‘시몬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는 겁니다. 두번째 표징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르는 호칭이 바뀐 것입니다.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에는 그분을 사람들을 가르치는 ‘스승님’이라고 불렀는데, 많은 물고기를 낚은 후에는 그분을 자기 삶과 세상을 주관하시는 ‘주님’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즉 예수님을 바라보는 베드로의 관점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그의 마음가짐이, 더 나아가 그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바뀐 겁니다. 물고기를 낚는 ‘어부’에서, 사람들을 낚아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는 ‘제자’로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베드로에게 나타난 그 변화를 확인하시는 말씀인 동시에, 그렇게 변화되고 준비된 이를 특별한 소명에로 부르시는 초대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베드로는 주님의 전능하심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자기 모습이 부끄러워, 자신처럼 부족하고 죄 많은 이는 감히 당신 곁에 머무를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괜찮습니다. 주님은 베드로의 능력이나 조건을 보고 그를 부르신 게 아니라, 당신 말씀에 순명함으로써 변화될 수 있는 그의 ‘가능성’을 보고 부르신 거니까요. 그가 어부로서의 ‘앎’을 버리고 그물을 치라는 예수님 말씀에 순명한 것처럼, 앞으로도 그분 곁에 머무르며 세속적인 기준과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주님 말씀을 충실히 따른다면 그분을 닮은 ‘참 제자’의 모습으로 변해갈 겁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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