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3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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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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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9-12 | 조회수74 | 추천수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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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간 금요일] 루카 6,39-42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오늘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참된 믿음을 통해 새롭게 눈을 뜬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합니다. 세상의 눈으로 예수님을 보았을 땐 단죄하고 뿌리 뽑아야 할 이단자로 보였기에 그리스도인을 박해했지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참된 믿음을 갖게 되면서 하느님께서 여러 모로 부족한 자신에게 얼마나 큰 자비를 베풀어 주셨는지를 깨달았다는 것이지요. 이런 바오로 사도의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회심’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열심한 바리사이로써 율법을 수호하는데에 앞장 섰던 바오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으며 새로운 길을 걷는 이들을 적대시하고 핍박했습니다. 그들이 야훼 하느님의 뜻을 왜곡하고 훼손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 앞에 부활하신 주님이 나타나셨고, 그가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할 수 있도록 잠시 육신의 눈을 멀게 하셨지요. 그 일을 통해 바오로는 그 누구보다 분명하게 잘 본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사실은 눈 먼 사람이었음을 깨닫고 주님의 뜻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널리 선포하는 사도로 새롭게 태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채 세상의 가치관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높이려는 교만,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여기는 독선에 빠져서는 함께 살아가는 다른 형제를 함부로 판단하고 비난했던 겁니다. 그러면서도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라고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는 다른 이들 앞에서는 의로운 척 했지요. 예수님은 그들을 두고 ‘위선자’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시면서 그들의 마음이 뜨끔해질만큼 서늘한 일갈을 날리십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위선적인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객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다른 이들과 달리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100%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자기 가치관과 기준에 따라, 기존에 갖고 있던 체험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하여, 결국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는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랑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라고 하십니다. 그가 올바른 길을 걸어 잘되고 구원받기를 바라는 호의와 자애로 그를 받아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마음을 지닌 이들은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 자체보다는, 그 티로 인해 괴로움과 불편을 겪는 그의 딱한 처지를 먼저 생각하며 안쓰러워하는 마음을 가질 것입니다. 그러면 ‘뭘 잘못했길래 눈 속에 티가 들어가게 만들었냐’고 그를 탓하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최선을 다해서 그 형제가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도록 노력할 뿐이지요. 그리고 그 형제는 나의 그런 모습 안에서 주님의 사랑을 느끼며 위로와 힘을 얻을 겁니다. 그것이 주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에게 맡겨진 중요한 소명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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