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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4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9-20 조회수51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24주간 토요일] 루카 8,4-15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오늘 복음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입니다. 이 비유가 한 해의 전례력에서 워낙 자주 나오는데다가 사람들 사이에 많이 알려져 있다보니 매번 강론 준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게다가 오늘 루카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아예 당신께서 말씀하신 비유의 뜻을 직접 풀이까지 해 주시니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말씀에 뭔가를 덧붙인다는게 사족처럼 느껴지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순 없으니 예수님의 비유풀이 중에 중요한 포인트만 짚어봅니다.

 

길에 떨어진 말씀의 씨앗은 악마가 마음에서 앗아가 버린다고 하십니다. 여기서 ‘길’은 하느님의 말씀에 무관심한 상태를 의미하지요. 좋은 말씀을 들어도 관심이 없으니 한쪽 귀로 들은 것을 반대쪽 귀로 흘려버립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그분께서 나를 위해 해주신 ‘내 얘기’라 생각하지 않고 ‘남 얘기’로 여기니, 감동도 자기 반성도 없지요. 그러니 귀한 말씀을 악마에게 쉽사리 빼앗겨 버리는 겁니다.

 

바위에 떨어진 말씀의 씨앗은 뿌리가 없어 한 때는 믿다가 시련의 때가 오면 떨어져 나간다고 하십니다. 여기서 ‘바위’는 ‘신앙’과 ‘생활’을 분리하는 모습을 가리키지요. 성당에 앉아 있을 때에는 하느님 말씀을 귀담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리지만, 성당 문 밖으로 나가면 그 말씀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금새 세속적인 모습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말씀을 들었으면 즉시 실천하여 그것이 주는 기쁨과 보람을 통해 그 말씀이 내 삶 안에 뿌리내리게 해야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룰 수 있는데 그러질 않으니, 신앙생활을 하는 중에 고통과 시련을 마주하면 그것을 영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하느님을 원망하며 그분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겁니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말씀의 씨앗은 인생의 걱정과 재물과 쾌락에 숨이 막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걱정과 재물과 쾌락은 근본적으로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욕심, 보다 정확히 말하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가지려 드는 ‘탐욕’으로부터 우러나오지요. 마음 속에 탐욕이 똬리를 틀고 있으면 당장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들에는 소홀해지는 게 우리입니다. 그러니 말씀의 씨앗도 내 마음 속 우선순위가 저 끝으로 밀려나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 쳐박혀 있다가 시들어버리지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좋은 땅에 떨어진 말씀의 씨앗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좋은 땅’이란 하느님 뜻을 따르겠다는 바르고 착한 지향으로 말씀을 듣고, 들은 그 말씀을 마음 속에 소중히 간직하며,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힘들고 어려워도 인내로써 그 난관을 극복하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하느님께 받은 말씀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기쁨과 행복이라는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되지요.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공정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당신 뜻을 따르려는 우리의 노력에 넘치도록 후한 ‘덤’을 얹어 돌려주신다는 믿음이 있어야, 나태함과 자포자기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신앙의 길을 충실하게, 끝까지 걸을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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