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5주간 월요일
“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루카 8, 16
어둠 속에서 작은 등불이 켜지면, 방 안이 서서히 밝아집니다. 그 불빛은 단지 사물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드러내 줍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등불의 비유는 바로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는 본질의 빛, 존재의 진실을 가리킵니다.
그 빛은 감추라고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덮어두면 꺼지고 말기에, 우리는 오히려 그것을 드러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빛은 우리의 참된 자아, 신성한 본성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의식의 밝음이며, ‘있음 그 자체’가 발하는 광명입니다.
빛이 드러나면 감춰진 것이 자연스레 나타납니다. 17절에서 예수님은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나기 마련이다.”라고 하십니다. 영성의 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의식에 묻어 두었던 그림자와 상처, 억눌렸던 감정들이 빛 앞에서 하나둘 드러나게 됩니다. 이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라, 성숙으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말씀을 들어야 할까요? 예수님은 “너희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잘 헤아려라."라고 하십니다. ‘듣는 법’은 단순히 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온 존재로 경청하는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고, 내적 침묵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 열려 있는 태도. 그렇게 들을 때, 말씀은 머리가 아니라 존재 깊은 곳에 심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가진 사람은 더 받게 되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가진 자’란 자신의 참된 본성을 인식하고 받아들인 사람입니다. 그는 더 깊은 깨달음과 은총을 누리게 됩니다. 반대로 ‘가지지 못한 자’는 여전히 분리감과 결핍 의식 속에 머물러, 결국 자신이 붙잡고 있던 것조차 잃게 됩니다.
오늘의 이 짧은 복음은 우리를 향해 이렇게 초대하는 듯합니다. 내 안의 빛을 인정하고 드러내라. 모든 것이 드러나는 의식의 투명성을 기쁘게 받아들여라. 존재 전체로 듣고 수용하라. 진정한 풍요로움은 이미 ‘존재 그 자체’ 안에 있음을 기억하라.
결국 우리는 이미 완전하고 온전한 존재입니다. 우리 안의 등불을 밝히는 순간, 그 빛은 나를 비추고, 또 다른 이들이 자기 안의 빛을 발견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존재의 여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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