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 기념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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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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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9-30 | 조회수113 | 추천수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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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본당에서 ‘생활 성가 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예선을 거쳐 7팀이 본선 무대에 올랐습니다. 성가를 통해 하느님을 찬양하며, 교우들과 기쁨의 친교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린이 합창단과 본당 밴드 ‘크룩스’ 팀도 찬조 출연하여 자리를 더욱 빛내 주었습니다. 웨스트 플레이노 구역이 1등의 영예를 차지했고, 꾸르실료 동기팀이 2등, 대학 시절 성가대 인연으로 참가한 부부팀과 이스트 플레이노 구역이 3등을 차지했습니다. 참가상까지 더해 모두가 하나 되어 즐긴 뜨거운 여름밤이었습니다. 이튿날 교중 미사에서도 웨스트 플레이노 구역은 멋진 찬양을 다시 선보였고, 꾸르실료 팀은 12월 ‘자선 음악회’에서 다시 무대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이런 자리를 준비해 준 ‘친교 분과’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고려시대 학자 길재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원천석도 비슷한 시조를 남겼습니다.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 년 왕업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 계워 하노라.” 두 시조는 공통적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이야기합니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나라도 흥할 때가 있으면 망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리스와 터키를 순례하며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온 힘을 다해 세운 교회는 이제 돌무더기만 남아 있었고, 한때 찬란했던 성 소피아 성당의 성화들은 회칠로 덮여 있었습니다. 박물관이던 그 성당은 이제 무슬림들의 회당이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습니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는 일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만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우리는 종종 지나간 과거에 상처받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놓칠 때가 많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며 시간을 허비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중학생 시절의 경험을 떠올립니다. 추운 겨울날 버스를 탔는데, 내려야 할 정거장을 알면서도 따뜻한 버스 안이 좋아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결국 종점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야 했습니다. 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리지 못한 그 경험처럼, 우리는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지금 만나야 할 사람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죽비’와 같이 울림을 줍니다. 인생이 무상하고, 생로병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해도 복음을 선포하라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이미 우리 가운데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신비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윤동주 시인의 시도 우리 마음에 울림을 줍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단순히 ‘작은 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하느님께 사랑을 드린 성녀였습니다. 성녀의 작은 길은 화려한 업적이나 위대한 업무가 아니라, 지금 내가 해야 할 작은 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이 순간의 충실함이었습니다. 오늘 성녀의 기념일에 우리도 현재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 곁에 있는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곧 하느님 나라를 사는 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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