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10-07 조회수118 추천수6 반대(0)

저는 오래전에 신협 협동조합 정신에 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1983년이니까 벌써 40년이 넘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한 문장이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이것이 바로 신용 협동조합의 정신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정신을 어머니의 ()’ 모임에서도 보았습니다. 동네 분들이 함께 계를 조직해 앞번호를 받는 사람은 급히 돈을 쓰고, 뒷번호를 받는 사람은 매달 곗돈을 내다가 마지막에 목돈을 받습니다. 당장 급한 사람이 있으면 공동체가 먼저 도와주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끝에서 받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계를 통해 필요를 채우셨습니다. 신학교에도 신용협동조합이 있었습니다. 학자금이나 생활비를 대출받고, 사제가 된 뒤에 갚곤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담보가 아니라 신용이었습니다.

 

사실 신용 협동조합 정신은 교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께서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오셨습니다. 바로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오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고, 몸소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율법과 계명은 조건을 이야기하며 따르지 못하면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없다고 가르쳤지만, 예수님께서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이들아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나의 멍에는 편하고, 나의 짐은 가볍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세리도, 창녀도, 나병환자도 예수님을 따르며 참된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강조하신 것은 한 가지, 바로 믿음입니다. 믿음이 있으면 겨자씨가 큰 나무가 되고, 큰 산도 옮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믿음이 곧 신용이며, 이 믿음이 공동체를 살아 있게 만듭니다. 우리 본당에서도 이런 믿음의 실천을 자주 봅니다. 안경 휠체어가 필요하던 형제님을 위해, 뇌경색 치료로 급히 한국에 가야 하던 형제님을 위해, 많은 교우들이 정성을 모아주셨습니다. 바로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살아가는 신앙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께 저희에게도 기도를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청했습니다. 요한의 제자들처럼 기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가 바로 주님의 기도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기도를 통해 영적인 갈증을 채웠고, 오늘까지도 이 기도는 신앙인들의 삶을 이끄는 원형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늘에 계신하지 마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라고 하지 마라.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라고 하지 마라. 아들딸로 살지도 않으면서.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하지 마라. 자기 이름만 빛내려 하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시며라고 하지 마라. 물질만능의 나라를 바라면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지 마라. 내 뜻대로 되기만 바라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하지 마라. 죽을 때까지 먹고 남을 양식을 쌓으려 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하지 마라. 아직도 누구에겐가 앙심을 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고 하지 마라. 죄지을 기회를 애써 찾아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하지 마라. 악을 보고도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멘이라고 하지 마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도 않으면서.”

 

우리가 무심코 바치는 주님의 기도가 때로는 얼마나 삶과 동떨어질 수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글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가르쳐주신 유일한 기도문이며, 모든 기도의 원형입니다. 그러니 습관처럼 외우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뜻을 새기며 기도해야 합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바치는 주님의 기도를 곱씹으면서, 그 기도가 삶 안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합시다. 그러할 때 우리의 공동체는 더 신용 있고, 더 믿음 있는, 참된 교회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그 길을 오늘도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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