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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10-08 조회수29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루카 11,1-4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라 할 수 있는 ‘비나이다 비나이다’ 정신 때문인지, 나름 신앙생활을 오래 하셨다는 분들도 ‘기도’라고 하면 하느님께 정성을 다하여 꾸준히 청함으로써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바를 이루는 행위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그런 인식은 예수님 시대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지요. 제자들은 자기들이 소위 하느님의 아들이자 그리스도이신 분을 지근(至近)에서 모시는 이들이니, 예수님만 사용하시는 특별한 기도 방법을 전수받기만 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남들보다 더 잘 이룰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달라’고 청하지요.

 

하지만 예수님께서 지향하시고 바라시는 참된 기도는 하느님의 능력과 힘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바치는 ‘청탁의 기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지요. 내 기준과 고집,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나 또한 진심으로 바라기 위해, 사랑과 신뢰에서 우러나오는 순명으로 하느님과 더 깊이 일치되기 위해 바치는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고자 하시는 은총의 선물들을, 우리의 참된 행복과 구원을 위해 꼭 필요하며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가득히 받아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런 우리를 바라보시며 참된 기쁨과 영광을 누리실 것입니다. 바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시며 주님은 우리에게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그 중요한 원칙과 지향을 알려주시는 것이지요.

 

미사 중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가 되면 사제는 신자들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 ‘삼가다’라는 말은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라는 뜻이지요. 즉 주님의 기도는 아무 느낌 없이, 습관적으로, 자신이 사적으로 바라는 다른 지향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바치는 기도가 아닙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섬기는 자녀로서 겸손한 자세로 바쳐야 합니다. 혹시 그분 뜻을 거스르거나 그분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지는 않을까 조심하며 바쳐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내가 청하는 바를 ‘들어주셔도 그만 안들어주셔도 그만’이라는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 그분께서 언제나 내 청을 귀기울여 들어주신다는 엄숙한 자세로 바쳐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그렇게 바칠 때, 우리는 그 기도를 통해 아버지 하느님과 하나가 됩니다. 주님의 기도 안에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바람과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바람이 모두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통해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서로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놀라운 신비를 생각하며 단 한 번을 바치더라도 마음과 목숨과 정신과 힘을 다해야겠습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당신 마음 안에 깊이 머무르려는 우리의 정성과 노력을 어여삐 보시고, 부족한 우리로 하여금 당신 구원과 사랑의 신비를 깨닫게 해 주실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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