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8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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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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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0-16 | 조회수32 | 추천수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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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8주간 목요일] 루카 11,47-54 “너희는 불행하여라! 바로 너희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너희가 만들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께서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를 꾸짖으시는 장면에 계속 이어집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하나 되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낮추시고 비우셨지만, 그들은 죄인들과 또한 별 볼 일 없는 작고 약한 이들과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 자신을 드러내고 높이려는 모습을 보였지요. 그 과정에서 주님께서 당신 자신과 동일시 할 정도로 사랑하시는 작고 약한 이들을 심판하고 단죄하여 ‘죄인’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기들을 구원하러 오신 주님을 모함하고 험담하며 박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정도로 끝났다면 자기들이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것으로 끝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는게 문제지요.
그들은 자기들 손으로 조상들이 심판하고 단죄하여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그 예언자들이야말로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하느님 말씀을 받아 전한 참된 예언자임이 후대의 역사 안에서 드러났기에,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그들의 신앙을 기리기 위해 무덤을 만들어준 겁니다. 물론 그런 행동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닙니다. 그런 행동을 보고 사람들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어리석고 교만했던 조상들과는 달리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따르는 의로운 이들이라고 생각했겠지요. 그런 이들이, 사람들을 하느님 뜻에 맞는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모세의 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이 앞장서서 예수님을 모함하고 박해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백성들은 예수님이 그리스도가 아니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 잘못된 판단 때문에 주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따르기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자기들만 죄를 지은 게 아니라, 자신들의 오해와 잘못된 판단, 그리고 위선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잘못된 길로 이끌었기에, 그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당신 나라의 잔치에 들어오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슬렀기에 더 큰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나를 믿는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달고 바다 깊은 곳에 빠지는 편이 낫다”는 주님의 경고 말씀에 따라 그들은 저 깊은 지옥의 밑바닥까지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들이 예언자들을 박해하고 죽였던 조상들이 지은 죄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게 될 거라고 하십니다. 자기 조상들이 잘못했음을 알면서도 예수님을 배척하고 박해함으로써 똑같은 잘못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런 자신들이 의롭고 거룩한 척 ‘위선’을 떨었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시는’ 엄한 심판의 고지서를 받게 된 것이지요. 그런 고지서를 받았으면 이제라도 자기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해도 모자란 판에, 오히려 더 독한 앙심을 품고 예수님을 옭아매려고 드니 참으로 딱한 모습입니다. 그것이 탐욕과 교만에 사로잡혀 주님 말씀에 담긴 깊은 사랑을 발견하지 못하고, 작은 말마디 하나에 발끈하는 이들이 마주하게 되는 슬픈 결말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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