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 |||
|---|---|---|---|---|
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5-10-29 | 조회수67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루카 13,22-30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예수님께서 여러 고을과 마을을 다니시며 사람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시는데, 그분의 가르침을 듣던 한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질문합니다.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 예수님께서 구원받을 길이라며 가르쳐주시는 여러가지 것들이 들으면 들을수록 참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저렇게 어려워서야 대체 누가, 얼마나 구원받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보다 현실의 삶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보다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먼저인 사람에게는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문이 너무 좁게 느껴질 것입니다. 세상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챙겨야 할 것도, 신경써야 할 것도 많은데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시니, 오히려 자기 자신까지 버리라고 하시니 그런 예수님 말씀이 세상 물정 모르는 참으로 답답한 소리로 들릴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하느님께서 이렇게 많은 걸 요구하시는데 그분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라고 묻는 이에게 그곳으로 들어가는 문은 좁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포기하지 말고 어떻게든 그 좁은 문을 통과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곳에 들어가기를 간절히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과 희생을 하지 않아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창조하신 모든 이를 참된 행복의 길로 부르시지만, 모두가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따르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는 ‘문'이십니다. 우리가 그 문을 열기 위해서는 그분 말씀을 귀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며 따라야 합니다. 그럴 때 주님은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게 하시는 ‘입구'가 되십니다.
그러나 그 입구가 언제까지나 열려있는 건 아닙니다. 종말의 때가 되어 집주인, 즉 하늘나라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심판을 시작하시면 그것은 더 이상 우리가 들어가는 입구가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벽'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며 제발 한 번만 문을 좀 열어달라고 애원해도 아무 소용 없지요. 그러니 구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의 뜻을 실천할 기회가 생기면 여러 이유와 핑계를 대며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즉시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구원의 문을 제 때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즉 종말의 때를 생각하며 지금 여기에서 주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하는 것이 ‘영원'을 사는 길, 다시 말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속 비유에서 집주인에게 애걸복걸하는 이들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습니다. “저희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는 저희가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성찬의 전례 때마다 주님 앞에서 그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아닌지요? 말씀의 전례 때마다 성경에 기록된 주님 말씀을 더 나아가 그 말씀을 풀이해주는 사제의 강론을 듣는 것도 바로 우리 아닌지요? 그런 큰 은총을 받으면서도 회개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요? 그런 엄청난 특권을 누리면서도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요? 하느님의 백성이자 자녀로서, 주님의 제자로서 해야 할 것들은 하나도 하지 않았으면서, 뒤늦게서야 주님과 맺은 얄팍한 친분을 내세우며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떼를 쓰는 건 너무나 염치없는 모습 아닐까요?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힘써야'겠습니다. 적당히 대충이 아니라 정말 죽기살기로 주님 말씀과 계명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