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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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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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0-30 | 조회수148 | 추천수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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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부 사제 회의가 있었습니다. 신부님들은 캔자스, 세인트루이스, 투산, 콜로라도 스프링스와 덴버, 휴스턴, 샌 안토니오, 포트워스, 달라스, 오스틴, 피닉스에서 오셨고, 북미주 평화신문과 멕시코 시티에서도 오셨습니다. 교구가 달라도, 사는 지역이 달라도, 한국에서 서로 만난 적이 없어도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마치 강물이 흘러 바다로 모이듯, 모두가 사제 서품을 받았고, 성체성사를 통해 주님과 하나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제들의 곁에는 언제나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곁에 여인들이 도움을 주었듯이, 이번 회의에는 샌 안토니오와 휴스턴 교우들이 봉사해 주셨습니다. 그분들이 있어서 회의가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물고기는 물이 있어야 살듯이, 사제는 교우들이 있기에 행복할 수 있습니다. 늘 기쁜 마음으로 수고하는 캔자스의 총무 신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회의 중 나눈 이야기 가운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추운 겨울,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신부님 한 분은 언어가 달라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마련하셨다고 했습니다. 겨울이 지나도 여전히 봉사를 이어가던 자매님의 얼굴은 날개 없는 천사와 같았습니다. 또 멕시코에서 선교하시는 수녀님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가정 방문을 하다가 만난 열한 살 소녀 미리암은 글을 읽고 쓸 줄 몰랐습니다. 수녀님은 당연히 알 거로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부탁해 50명의 아이에게 우유와 빵을 마련해 주셨다고 합니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좋은 음식, 여행, 문학과 시가 주는 감동도 행복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기쁨은 이웃과 함께 나누는 복음의 기쁨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도, 사도들이 목숨을 바쳐 전하려 했던 것도 바로 이 기쁨을 나누기 위함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시선은 아픈 사람, 슬퍼하는 사람,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에게 향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라면 안식일의 규정도, 십자가도, 목숨까지도 내어주십니다. 반면 율법 학자의 시선은 자기 자신에게 머물러 있습니다. 아픈 사람조차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가난과 슬픔을 죄의 탓으로 돌리며 연민과 공감을 닫아 버립니다. 사도 바오로의 고백은 예수님의 시선을 닮았습니다. “육으로는 내 혈족인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동포들이 구원받을 수 있다면, 자신은 희생해도 좋다고 합니다. 신앙인은 예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처럼 감사와 설렘으로 다가오고, 또 어떤 이에게는 “잊혀진 계절”처럼 추억과 그리움이 스며드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계절이 흘러가듯 우리의 삶이 지나가도,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은 절대 잊히지 않습니다. “주님, 당신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저희는 당신 빛으로 빛을 보나이다.”라는 말씀처럼, 오늘도 주님 자비의 빛 안에서 살아가며, 이웃에게 연민과 자비를 나누는 10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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