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테살로니카를 갑작스레 떠나면서 바오로가 가졌던 감정/ 송봉모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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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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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1-02 | 조회수45 | 추천수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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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살로니카를 갑작스레 떠나면서 바오로가 가졌던 감정 송봉모 토마스 모어 신부 ㅣ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바오로 사도가 테살로니카를 갑자기 떠나야 했을 때,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아마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보다 더 슬펐을 것이다.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를 보면, 바오로의 그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잠시이기는 하지만 여러분을 떠나 고아처럼 되었습니다. 마음이 아니라 몸만 떨어져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간절한 열망으로 여러분의 얼굴을 다시 보려고 갖은 애를 썼습니다."(1테살 2,17)
바오로 사도는 자기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을 떠난 뒤 '고아처럼'되었다고 표현한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연결되어 있다고 하면서도, 얼굴을 다시 보고 싶은 '간절한 열망'에 '갖은 애를 썼다'는 말이 정말 절절하게 온다.
계속해서 다음 본문을 통해서도 바오로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을 얼마나 애틋한 마음으로 사랑했는지를 헤아릴 수 있다.
"우리는 이처럼 여러분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위하여 우리 자신까지 바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여러분은 그토록 우리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1테살 2,8)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을 만나기도 전부터 그들을 사랑했다. 주님을 사랑하는 사목자는 주님의 명령을 받고 양들을 만나러 가기 전부터 이미 그들을 사랑하게 된다. 순수한, 아가페적인 사랑은 만나기 전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엄마가 뱃속 아가를 보기도 전에 지극히 사랑하는 것과 똑같다!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를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그 교회와 신자들을 엄청 걱정했다. 그들이 믿음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혹은 믿음을 버린 건 아닌지, 노심초사했다. 더는 못 참겠어서 티모테가 아테네에 오자마자 그를 테살로니카로 보낸다. 나는 더 참을 수가 없어 나만 아테네에 남아 있기로 하고, 나의 형제이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한 하느님의 협력자인 티모테오를 여러분에게 보냈습니다. (1테살 3,1-2 직역)
바오로 사도가 '남아 있다'는 표현에 슨 그리스어 단어 '카탈레이포'는 쓸쓸한 느낌이 드는 단어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거나(마르 12,10), 의지했던 사람을 두고 떠날 때 쓰는 단어다(에페 5,31). 바오로는 자기가 느끼는 외로움을 강조하려고 '나만'이라는 말을 썼다.
바오로 사도가 아테네를 떠나 코린토에서 혼자 복음을 전하고 있을 때, 드디어 테살로니카에 갔던 티모테오가 그 교회 신자들의 소식을 갖고 돌아온다.(1테살 3,7-10) 테살로니카 신자들이 주님 안에서 굳건히 서서 사랑하며 잘지내고 있다는 정말 기쁜 소식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서야 바오로는 그제야 꽉 막혔던 가슴이 확트이는 것 같았다.
이제 여러분에게 갔던 티모테오가 돌아와 여러분의 믿음과 사랑에 관한 기쁜 소식을 우리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 여러분이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다고 하니 우리는 이제 살았습니다. 우리가 여러분 덕분에 우리의 하느님 앞에서 누리는 이 기쁨을 두고, 하느님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까?(1테살 3,6-9)
바오로 사도는 "우리는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라고 외쳤다. 이 표현은 그가 소식을 듣기 전까지 테살로니카 교회와 신자들의 영적인 상황 때문에 얼마나 마음 졸이며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바오로가 복음 전도하면서 겪었던 온갖 고난들, 예를 들어 매를 맞거나 옥에 갇히고, 난파되어 표류했던 몸의 고통만 기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 자신은 그 수많은 고통 중에서도 교회들을 향한 걱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나는 수고도 더 많이 하였고 옥살이도 더 많이 하였으며, 매질도 더 지독하게 당하였고 죽을 고비도 자주 넘겼습니다. 마흔에서 하나를 뺀 매를 유다인들에게서 다섯 차례나 맞았습니다. 그리고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 돌질을 당한 것이 한 번, 파선을 당한 것이 세 번 ... 그 밖의 것들은 제쳐놓고서라도, 모든 교회에 대한 염려가 날마다 나를 짓누릅니다."(2코린 11,23-28)
'그 밖의 것들은 제쳐 놓고서라도'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을 보면, 그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몸으로 겪는 고통이 아니라 교회를 향한 마음의 걱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가슴은 '모든 교회'에 대한 염려로 신음하고 있었다. 신자들이 다른 복음을 받아들였을 때는 크게 화를 냈고, (갈라 1,6-11) 십자가의 원수처럼 살 때는 눈물을 흘렸으며, (필리 3,18) 신자들이 자기를 배척하고 거부할 때는 많은 눈물을 흘리며 근심했다. (2코린 2,4; 12,20-22) 바오로 사도가 모든 교회에 대한 염려 때문에 겪었던 그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절대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
* 출처 : 예수회 후원회 이냐시오의 벗들 2025.10 (☎ 02-3276-7777)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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