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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11-03 조회수92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루카 14,12-14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꿀벌은 생태계에서 너무나 큰 역할을 하는 곤충입니다. 여러 꽃을 돌아다니며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 주는데, 이렇게 해주어야 수정이 이루어져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고, 그 열매가 여러 동물들에게 좋은 먹이가 됩니다.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이지만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 아느냐며 으스대는 일도, 자기가 하는 일에 보상을 요구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저 매일 같이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꿀을 빨아먹을 뿐입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 일이 다른 이들에게 유익을 가져다주기에 꿀벌이 하는 일은 참된 선행이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꿀벌 같은 존재가 되라고 하십니다. 대가를 바라고 조건을 따지며 사랑하지 말고, 사랑하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좋아서, 사랑하지 않고는 도저히 배길 수가 없어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런 사랑만이 우리에게 참된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어차피 인간의 힘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며 당신 본성에 따라 행하시는 것이고, 그분을 닮은 모상인 우리는 그 사랑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사랑에 보상을 바랄 수도 없고 바래서도 안됩니다. 그런 점은 사랑을 실천하는 양상 중 하나인 ‘자선’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난한 이들,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 때에는 그들이 겪는 아픔과 괴로움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의 상황이 더 나아지기를, 그들이 지금보다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선한 의도로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자선에 다른 목적을 담으면, 즉 자선을 통해 나의 선함을 드러내거나, 하늘나라에서 더 큰 보상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 들면,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아무리 자선을 많이 베풀어도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모습으로 변화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점점 더 교만해지고 완고해져 하느님의 뜻으로부터 멀어질 뿐이지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상을 바라지 말고 자선을 베풀라고 하시는 것은 보상을 바라면서 행하는 자선이 그것을 받는 이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받은 은혜를 갚으려는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누군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면 나도 그만큼 그에게 호의를 베풀고자 합니다. 그런데 나에게 그럴만한 능력과 재물이 없으면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그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 방법은 기도일 수도 있고, 배려나 존중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에게 호의를 베푼 그 사람도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끼며 기뻐하게 되지요. 그 보람과 기쁨은 세상의 재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영원한 가치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바로 그 가치를 차지하는 사람이 되라고 하시는 겁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분은 죄 많은 우리를 위해 끝까지 사랑하시면서 당신의 전부를 내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하느님 자녀가 되는 영광을, 그분 나라에서 참된 행복을 누리는 기쁨을 얻을 기회를 주셨습니다. 우리 힘으로는 절대 얻지 못했을 것을 주셨으니, 우리는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갚을 길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를 보며 기쁨과 보람을 얻으시도록 그분께서 바라시는대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분께서 주신 사랑의 계명을 충실히 실천하며 내가 사는 자리를 하느님 나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시작하신 사명이 우리를 통해 완성될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 함께 그 유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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