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 |||
|---|---|---|---|---|
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5-11-11 | 조회수153 | 추천수5 |
반대(0)
|
|
반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날 복음 묵상의 내용은 오늘 복음의 내용이었습니다. 많은 분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는 구절을 선택했습니다. 군인이 해야 할 일은 훈련을 통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라를 지키는 것입니다. 공직자는 자신의 위치에서 국민을 위해 주어진 일을 하는 것입니다. 성직자는 서품받을 때 했던 독신, 순명, 신앙고백의 의무를 충실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셨던 사명이 있습니다. 복음을 선포하는 것, 병자를 고쳐주는 것, 마귀를 쫓아내는 것입니다. 성직자는 예수님께서 주신 사명을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세례받은 신자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마음에 새긴 하느님의 말씀을 행동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과정에서 시련과 고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과정에서 오해와 시기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인 손해를 보거나 모욕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신앙인은 해야 할 일을 충실하게 해야 합니다. 이 세상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이고, 우리에게는 하느님과 함께하는 또 다른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 개업한 병원에서 피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를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 몸의 지체들이 62년 동안 불평 한마디 없이 자기 몫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장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뛰었고, 허파는 새 공기를 들이고 탁한 공기를 내보냈습니다. 손은 글을 쓰고 음식을 만들고 성사를 집전하도록 도와주었고, 발은 기도하러, 병자를 찾아, 봉사하러 움직였습니다. 이처럼 몸의 지체 하나하나가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우리의 몸이 하느님 안에서 얼마나 충실히 일하고 있는지를 깨달으며,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일본의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 씨는 50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사람을 만나며 깨달았다고 합니다. “운이 좋은 사람은 감사할 줄 알고, 자신이 한 선행을 굳이 알리지 않는다.” 반면에,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은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서도 그 속에 교만이 숨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겸손을 잊으면 봉사해도 그것이 공로가 되지 않는다.”“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는 겸손한 마음을 잊으면 봉사해도 그것이 공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앙 안에서 사제는 봉사자여야 하고, 성사를 집전해야 합니다. 봉사는 주님께서 맡겨주신 가장 큰 사명이고, 성사의 집전은 사제에게 주어진 고유한 직무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특별히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미사와 고백성사를 정성껏 집전해야 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천하 국가도 가히 고르게 할 수 있으며 벼슬과 녹봉도 가히 사양할 수 있으며 서슬 퍼런 칼날도 밟을 수 있으나 중용은 지키기 어렵다.”라고 하였습니다. 사제가 맡겨진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고, 봉사와 성사 집전을 잘할 수도 있겠지만 사제가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참 힘들다고 하겠습니다. 한 신자분이 제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싫은 소리,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으세요?” 저는 그분에게 대답하였습니다. “머리로는 싫은 소리, 충고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저의 마음과 감정은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저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섣불리 남에게도 충고나 조언하지 못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신앙인은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마치 종이 주인을 위해서 일하듯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영광은 주님께로 돌려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모든 것을 아시는 하느님께서 갚아주신다고 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지혜의 열매를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바로 ‘겸손’입니다. “너희도 분부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