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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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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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1-24 | 조회수124 | 추천수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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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에 의정부에 있는 집엘 다녀왔습니다. 그 집은 2005년 부모님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20년 세월이 지나면서 아버지는 14년 전인 2011년에 하느님의 품으로 갔습니다. 어머니도 5년 전인 2020년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는 하느님의 품으로 갔습니다. 동생 수녀님이 부모님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집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집에는 부모님이 아끼던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성물, 묵주, 성경책’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읽던 책도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영정 사진이 환하게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집의 현관에는 아버지가 저의 서품을 축하하면서 써 주었던 시편 126장의 내용이 걸려 있었습니다. 시편 126장에 나오는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을 거두리이다.’라는 말씀은 저의 서품 성구입니다. 아버지는 기도하면서 저의 서품 성구가 있는 시편 126장을 정성껏 붓으로 써 주었습니다. 의정부 집엘 다녀오면서 위령 감사송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복된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에, 저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다가오는 영생의 약속으로 위로를 받나이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확실한 암호’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영원한 생명,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암호’를 알게 된 사연을 이야기 한 책입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께서 자신들이 하느님을 만난 이야기를 꾸밈없이 합니다. 그럼에도 감동이 있는 글들입니다. 숨은 그림을 찾는 것처럼,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저마다 하느님께서 숨겨놓으신 ‘암호’를 이웃 안에서, 내면의 부르심 안에서, 때로는 시련과 고통 중에서,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찾아내었습니다. 암호를 발견하기 전의 삶은 무의미하고 허망하였지만, 암호를 발견한 후의 삶은 희망과 기쁨이 계속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확실한 암호를 알고 계시는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차를 운전하기 전에 성호를 긋고, 기도한다면 그분은 암호를 알고 있는 것입니다. 손에 스마트폰 대신, 묵주를 들고 버스를 타는 분도 암호를 알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받기보다는 먼저 사랑하려고 하고, 이해받으려 하기보다는 먼저 이해하려는 분도 암호를 알고 있는 분입니다. ‘그럴 수가 있나’라고 불평하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암호를 알고 있는 분입니다. 떨어지는 낙엽에서도, 하늘을 날아가는 구름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다면 또한 암호를 알고 있는 분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암호를 참 많은 곳에, 그리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남겨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 바다 깊은 곳에만 당신의 암호를 숨겨놓으신 것이 아닙니다. 우주의 은하에만 당신의 암호를 숨겨놓으신 것이 아닙니다. 철학의 논리 속에, 수학의 규칙 속에, 과학의 심오함 속에만 숨겨놓으신 것이 아닙니다. 어린아이의 웃음에도, 작은 들꽃에도,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에도 하느님의 암호는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암호를 우리들만 간직하라고 하시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그 암호를 나누어 주어도 좋아하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언젠가 우리가 만나야 할, 마지막 순간들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지금’이라는 멋진 글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대 안의 ‘시간을 초월한 자’는 인생의 끝없는 시간을 알고 있다. 어제는 오늘의 기억이며, 내일은 오늘의 꿈이라는 것을 안다. 사랑이 나뉘지 않고, 공간이 없듯이, 시간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가톨릭 성가 27번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풀잎 끝에 맺혀진 이슬방울같이 이 세상의 모든 것 덧없이 지나네, 꽃들 피어 시들고 사람은 무덤에 변치 않을 분 홀로 천주뿐이로다. 출렁이는 바다의 물결 파도 같이 한결같지 못함은 사람의 맘이네. 어젯날의 우정도 변할 수 있으니 변치 않을 분 홀로 천주뿐이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그 끝에서 하느님과 대면할 날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요구하시는 암호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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