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영원한 안식처 “모든 시간은 하느님의 손안에
작성자선우경 쪽지 캡슐 작성일2025-11-25 조회수47 추천수2 반대(0) 신고

2025.11.25.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다니2,31-45 루카21,5-11

 

 

영원한 안식처

“모든 시간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다”

<All time is in God’s hand>

 

 

“주님, 당신께서는 대대로

 저희에게 영원한 안식처가 되셨습니다.”(시편90,1)

 

오늘 말씀 묵상중 떠오른 강론 제목에 이어 시편 성구입니다. 지금은 11월 위령성월이자 연중 마지막 주간이요 우리 요셉수도원 수도형제들의 연피정기간이기도 합니다.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감하면서 새해 맞이 준비 피정기간입니다. 수십년간 관행이 되온 복된 피정시기입니다. 윗 시편 성구에 이어 생각나는 구절에 예전 <파도>라는 자작시입니다.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년, 근력이 좋아서야 팔십년,

 그나마 거의가 고생과 슬픔이오니 덧없이 지나가고,

 우리는 나는 듯 가 버리나이다.”(시편90,10)

 

“파도처럼 살아왔네

 임과 함께 파도되어

 하루하루

 끊임없이

 밀려왔다 물러났다

 어제의 흔적 말끔히 지워진

 하얀 백사장 만들며

 오늘 하루의 영원만 살아왔네

 ....

 지금도 그 바닷가

 파도는 철썩이고 있겠지”<2001.6.19.>

 

시 자작 2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임과 함께 파도되어 끊임없이, 한결같이 하루하루 영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더불어 오늘 다산 현자의 말씀도 마음에 와닿습니다.

 

“술에 취하는 것은 하룻밤이면 끝나지만 뜻에 충실하지 않으면 평생을 취해서 산다.”

 

하느님의 뜻에 취해 평생 깨어 살도록 노력해야함을 배웁니다. 구암리카페 고향집 순례의 추억이 여전히 감미로운 향기로 남아있습니다. <과꽃> 동요 동영상은 얼마나 많이 들었고 얼마나 많이 나눴는지 모릅니다. 다음엔 <오빠생각>을 부르고 싶습니다. 노년의 자매님이 혼신의 열정과 순수를 다해 부른 동요이기에 감동도 컸던 듯 합니다. 어떤 성가도 이렇게 동영상만큼 많이 듣고 본적이 없습니다. 

 

“저도 그 동영상 보면 행복해 집니다. 집앞 거북산등성의 부드러운 곡선이 신부님을 닮은 듯, 신부님께서 고향의 산을 닮은 듯 합니다.”

 

동영상을 만들어 준 분의 고백입니다. 정말 닮고 싶은 언제나 거기 그 자리 <정주의 산>입니다. 동영상의 마지막 빨간꽃처럼 화면을 가득채웠던 단풍잎들도 강렬한 느낌의 일편단심 고향집 사랑의 표현같아 압권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거북산, 교편시절에는 관악산, 그리고 마지막 수도생활은 지금의 정주처인 불암산과 함께 지냅니다. <산과 강>은 제 소망을 대변합니다.

 

“밖으로는 산(山)

 천년만년 임 기다리는 산

 안으로는 강(江)

 천년만년 임향해 흐르는 강”<1998.1.27.>

 

이어 어느 가을 날, 산에 가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며, 여기서 쓴 <가을산>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이 좋은 날 

 산에 갈 수도 없다

 산을 가져올 수도 없다

 아예 산되어 살기로 했다

 단풍 물든 장엄한 가을산으로

 사랑하는 이여!

 놀러오지 않으렴?

 넉넉하고 편안한 가을산 내 품으로”<1999.10.26.>

 

모든 것은 흐릅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갑니다. 모든 것은 사라져 갑니다. 여전히 건재한 천년고찰의 감동과 더불어 사라진 자리의 석양빛 은은한 사적지에서도 비애의 감동에 젖곤 합니다. 천년고찰보다 더 자주 찾고 싶은 텅 빈 자리의 사적지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오늘 복음의 서두 내용입니다.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진 성전 외관에 감동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예수님 충격적 말씀입니다. 보이는 현상 넘어 본질을, 하느님의 현존을 직시하라는, 또 네 자리를 새롭게 확인하라는 말씀이겠습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다 변하고 사라져 갑니다. 이번 고향집을 방문했을 때도 주변이 너무 변해 있었습니다. 예전의 높이와 깊이와 신비와 그윽함이 다 사라진 평면화된, 그리고 조화와 균형이 깨진 거친 주변 시골 풍경이었습니다. 예전 동무들과 수없이 걷고 뛰어다니던 꿈과 동화가 가득했던 산야山野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 다니엘서에서 다니엘의 꿈 해몽을 통해 속절없이 무너져 사라져간 제국들을 봅니다. 금의 신바빌로니아 제국, 은의 메디안 제국, 동의 페르시안 제국, 그리고 철의 그리스 제국입니다. 모두가, 모든 시간이 하느님의 손 안에 있음을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로마제국후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실현될 메시아 왕국을 상징하는 돌 하나입니다.

 

“아무도 돌을 떠내지 않았는데, 돌 하나가 산에서 떨어져 나와, 쇠와 청동과 진흙과 은과 금을 부수는 것을 임금님께서 보신 것과 같습니다.”(다니2,45ㄱ)

 

이 성구와 더불어 연상되는 다음 성구입니다.

 

“이 예수님께서는 ‘너희 집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입니다.”(사도4,11)

 

모든 제국이 다 사라져 갔고 지금의 미제국도 사라져 가겠지만, 그리스도 예수님의 왕국을 상징하는 가톨릭교회는 2천년 역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손안에 있고 하느님만이 역사를 주관하십니다. 새삼 모두가 변하는 와중에서도 세세대대 영원한 안식처가 되시는 하느님의 품안에, 가톨릭교회 안에 정주함이 최고 최선 최상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 역시 부화뇌동, 경거망동하지 말고, 주변의 유혹에 현혹되거나 흔들리지 말고, 정주처이자 안식처인 각자 삶의 자리에 충실할 것을 간곡히 당부합니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왔다.’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이어지는 전쟁, 지진, 기근, 전염병, 온갖 표징들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각자 삶의 자리에 항구히 주님 안에서 깨어 정주할 것을 바라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지금 여기 꽃자리에서 살아내야 할 하느님의 나라 천국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저절로 나오는 고백시입니다.

 

“왕중의 왕이신 주님, 

 마음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꽃자리 하느님의 나라 천국이옵니다.”<2018.10.16.>.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