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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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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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1-25 | 조회수122 | 추천수12 |
반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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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한국의 문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입니다. 현수막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시골에서는 자랑스러운 일이 있으면 현수막을 걸어 놓습니다. 명문대학교에 합격을 축하하는 현수막, 사법 고시에 합격했다는 현수막,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땄다는 현수막 같은 것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도 있습니다. 음악회를 알리는 현수막,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있습니다. 저도 마을에 현수막을 걸어 놓은 적이 있습니다. 2000년 대림 때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대림 특강이 있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만들었습니다. 정치적인 입장을 알리는 현수막도 있습니다. 여당은 정부의 업적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만들고, 야당은 정부의 잘못을 알리는 현수막을 만들곤 합니다. 이번에도 몇 개의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단호하게 대응하라는 현수막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의 과정에서 3,500억 불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한미 동맹을 흔드는 전시작전권 환수를 반대한다는 현수막도 있었습니다. 현수막을 통해서 뜻을 드러내는 것은 한국의 독특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새로운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왕궁의 벽에 큰 손가락이 나타나서 ‘므네 므네 트켈 파르신’이라고 적었습니다. 그 뜻을 알 수 없던 왕은 지혜로운 다니엘에게 글씨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 뜻을 알려주면 커다란 선물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다니엘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하느님께 봉헌하는 제물을 함부로 했던 왕에게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하느님께서는 다양한 곳에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현수막을 마련하였습니다. 하느님을 닮은 사람의 마음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 예언자가 있습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있습니다. 가을에 낙엽들이 바람에 흩어지는 것을 봅니다. 나무에 붙어 있을 때는 파란 색의 잎으로 생명을 지녔습니다. 햇빛을 받아 나무를 자라게 하고, 나무는 땅속 깊은 곳에서 양분을 끌어 올려 나뭇잎을 더욱 파랗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떨어진 낙엽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할 수도 없습니다. 나무로부터 양분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저 부는 바람에 흩어져 쓸쓸함을 보여 줄 뿐입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그렇습니다. 무리에서 빠져나온 어린 들소는 배고픈 사자의 표적이 되곤 합니다. 무리와 함께 있을 때는 사자들도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무리에서 떨어진 들소는 혼자의 힘이 강하다 할지라도 사자의 억센 이빨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들소들은 함께 무리를 지어서 이동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는 묵시문학의 이야기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묵시문학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강한 조직과 나라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하느님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악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나약하고, 작은 나라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 하느님과 함께한다면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니, 강가에 심어진 나무처럼 생기가 돋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자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묵상을 하게 됩니다. 자녀 문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부부의 불화로 힘들고, 어렵게 지내는 가정이 많았습니다. 신앙을 갖지 않았다면, 하느님을 알지 못했다면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문제들로 가슴 아파하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묵시문학은 이야기합니다. ‘이 모든 것도 다 지나가리라.’ 결국,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밝은 빛을 보리라고 말합니다. 오늘 제자들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십니다. “여러분은 인내로써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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