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19:11 조회수25 추천수3 반대(0)

휴가 중에 울산엘 다녀왔습니다. 울산에는 뉴욕에 있을 때 함께 지냈던 신부님이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함께 지냈던 인연으로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신부님은 제게 울산의 명소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처음 간 곳은 통도사였습니다. 통도사는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합니다. 1390년이 된 고찰입니다. 통도사는 삼보사찰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삼보란 , , 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불은 부처님을 뜻하고, 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뜻하고, 승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스님을 뜻한다고 합니다. 통도사는 을 상징하는 사찰이기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통도사의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고 합니다. 통도사로 가는 길옆에는 계곡이 있었고, 울창한 나무가 있었습니다. 불가의 삼보(三寶)’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회가 신앙으로 믿는 삼위일체의 하느님 생각이 났습니다. 예수님께서 전하신 복음도 생각났습니다. 복음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였고, 복음은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과 표징이었고,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이셨습니다.

 

두 번째 간 곳은 태화(太和) 국가 지정 공원이었습니다. 공원에는 십리대나무길이 있었고, 옆으로는 태화강이 흘렀습니다. 태화라는 말은 신라시대의 연호였다고 합니다. 높게 자란 대나무 숲을 걸으면서 , , , 이라는 사군자가 생각났습니다. 대나무는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기 때문에, 절개(節介)와 변치 않는 충성심을 상징합니다. 채근담(菜根譚)에는 대나무는 속이 비어 겸허함을 배우게 하고, 마디가 있어 절개를 일깨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 추운 겨울에도 꺾이지 않고 푸른 대나무는 역경 속에서도 신념을 지키는 군자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습니다. 이것은 겸허한 마음, 비움의 미학, 그리고 자아를 비운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합니다. 불교에서도 ()’의 정신을 대나무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속이 비었기에 바람이 통하고, 고요함 속에서도 유연함을 유지합니다. 대나무는 눈에 띄게 자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자라기 시작하면 매우 빠르게 성장합니다. 이 때문에 대나무는 땅속에서 오랫동안 뿌리를 키운 후에야 하늘로 솟는다라는 말처럼, 인내와 준비의 시간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대나무는 바람에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유연하지만 꺾이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나타냅니다. ,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근본을 잃지 않는 삶의 지혜를 상징합니다. 공자는 이를 강직하되 부드럽게라는 군자의 덕으로 보았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다니엘은 사자 굴에 던져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니엘을 사자 굴에서 지켜주었습니다. 다니엘을 사랑했던 왕은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내 나라의 통치가 미치는 모든 곳에서는 누구나 다니엘의 하느님 앞에서 떨며 두려워해야 한다. 그분은 살아 계신 하느님, 영원히 존재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의 나라는 불멸의 나라, 그분의 통치는 끝까지 이어진다. 그분은 구해 내시고 구원하시는 분, 하늘과 땅에서 표징과 기적을 일으키시는 분 다니엘을 사자들의 손에서 구해 내셨다.” 왕은 하느님께 찬양을 드렸고, 감사를 드렸습니다. 왕에게는 다니엘이 사자 굴에서도 무사하게 살아온 날이 감사한 날입니다. 성찬의 전례의 중심에는 감사송이 있습니다. 사제는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기 전에 이렇게 기도를 바칩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 감사와 영광을 드림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옵니다. 무수한 천사가 밤낮으로 아버지를 섬기고 그 빛나는 얼굴을 뵈오며 끊임없이 찬양하오니 저희도 그들과 함께 하늘 아래 모든 조물과 더불어 기뻐하며 아버지의 이름을 찬송하나이다.”

 

돌아보면 2025년에도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게 건강을 주셨습니다. 주일이면 함께 미사 할 공동체를 맡겨 주셨습니다.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동료 사제들이 곁에 있습니다. 한국으로 휴가 와서 좋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감사할 일입니다. 2026년이 어떻게 지나갈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묵시록의 예언을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말씀하신 것처럼 멸망하는 것도 무섭지는 않습니다. 오늘 하루만 충실하게 살 수 있다면 됩니다. 오늘 하루를 감사드리면 살 수 있으면 됩니다. 그것이 모인 것이 지난날들이고, 그것이 모이면 미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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