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대림 제1 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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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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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1-29 | 조회수103 | 추천수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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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에 반가운 모임이 있었습니다. 동창 신부님 모임입니다. 이번 모임은 주문진 성당의 행정공소에서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사목하던 동창 신부님이 지난 인사이동 때 행정공소로 파견되었습니다. 공소 신자는 20명 남짓 된다고 합니다. 마당에 있는 닭과 강아지가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1982년에 입학했으니 어느덧 43년이 되었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에 관한 이야기도 하였지만 나중에는 신학생 때 이야기로 돌아갔습니다. 한 친구는 저와 함께 매점을 운영했습니다. 한 친구는 힘들 때 함께 여행을 다녔습니다. 한 친구는 제게 지지 연설을 부탁했고, 저는 기쁜 마음으로 해 주었습니다. 한 친구는 20년 전에 캐나다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한 친구는 같은 본당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추억이 많습니다. 한 친구는 친척이 달라스에 있어서 지난여름에 다녀갔습니다. 한 친구는 제가 3년 동안 주일 저녁 미사를 도와주었습니다. 한 친구는 휴가를 같이 다녔습니다. 이렇게 한명 한명 반갑게 옛 추억을 나누며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친구들의 얼굴에서 지난 34년의 사제 생활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교회의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대림 제1 주일’입니다. 세상의 달력은 아직 1달이 남았지만, 교회의 전례는 오늘부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의 주제는 ‘깨어 있음’입니다. 깨어 있음에도 2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하나는 잠에서 깨어나는 것입니다. 저도 오늘 아침 4시에 일어났습니다. 여러분들도 잠에서 깨어났기에 지금 이렇게 미사에 참례하고 있습니다. 깨어난 모든 생명은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생존과 종족의 보존입니다. 약한 것은 강한 것에게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입니다. 환경에 적응한 것이 살아남은 ‘적자생존’의 세계입니다. 다른 하나는 영적인 깨어남입니다. 우리는 이런 깨어남을 ‘깨달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느님을 닮은 인간이 하느님을 향해 구도의 길을 갈 때 영적인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런 영적인 ‘깨달음’을 말씀하셨습니다. 영적인 깨달음에도 2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하나는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으로 선물처럼 주어지는 깨달음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 제자들은 예수님을 만났고,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가슴 벅찬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치열한 성찰과 수행을 통해서 얻어지는 깨달음입니다. 부처님은 7년간 고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고, 그 깨달음을 이웃에게 전하였습니다. 영적인 깨달음을 얻는 데 필요한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마음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마음의 문이 열리면 비록 배움이 부족해도, 이방인일지라도, 죄인일지라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선물처럼 주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혀 완고해진 유다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엘리야 시대에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하느님의 기적은 이방인이었던 시렙다의 과부에게서 일어났다. 엘리사 시대에 나병환자가 많았지만, 치유의 기적은 시리아의 장군 나아만에게서 일어났다.” 율법과 계명을 잘 알았던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에게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선물처럼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완고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너희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이미 알고 계신다. 그러니 먼저 하느님의 의로움과 하느님의 거룩함을 찾아라. 그러면 나머지 모든 것들은 선물로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의 새들을 보아라, 들의 꽃들을 보아라. 저들은 수고하지 않아도 하느님께서 다 먹이고 입히신다. 그러니 너희는 아무런 걱정하지 마라.”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수고하고 짐 진자들은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나의 멍에는 편하고, 나의 짐은 가볍다.” 다른 하나는 ‘말씀’에 의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으로 악의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말씀은 우리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내비게이션’입니다. 구원의 역사는 이 말씀에 ‘예’라고 응답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성모님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라고 응답하였습니다. 요셉 성인도 남모르게 파혼하려고 했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나자렛의 성가정은 모두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기를 청하였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말씀 안에 살았을 때는 낙원에서 지냈습니다. 그러나 악의 유혹에 넘어가 하느님의 말씀을 잊어버렸을 때는 낙원에서 쫓겨났습니다. 2026년 교회의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겸손과 온유로 마음의 문을 열어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선물처럼 받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깨달음을 얻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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