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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12-07 조회수90 추천수10 반대(0)

휴가 중에 집에 가서 앨범을 정리했습니다. 1982년 신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앨범이 13권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카톡과 텔레그램에 사진을 저장하면서 아날로그 감성인 앨범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앨범에는 아날로그 감성이 담겨 있었고, 추억과 기억이 있었습니다. 신학교 입학 때의 풋풋함, 군대에 있을 때의 강인함, 나환자 마을 봉사하였을 때의 열정, 부제와 사제 서품식 때의 엄숙함이 있었습니다. 사진은 독사진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했던 사진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중곡동, 용산, 세검정, 제기동에서는 보좌 신부로 있었기에 주로 청년들과 함께한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적성, 시흥5동에서는 본당 신부로 있었기에 주로 사목 위원과 구역장, 반장들과 함께한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취미활동으로 스키와 스킨스쿠버를 하였기에 그와 관련된 사진도 많았습니다. 복음화 학교 지도 신부를 하면서 성지순례를 함께했기에 성지순례 사진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사진은 거짓 없이 저의 43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감사할 일이 참 많습니다. 하느님께서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건강 주셨고, 좋은 인연을 주셨고, 무엇보다 사제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앨범에는 시흥5동에서 찍은 사진이 많았습니다. 제가 사진을 좋아하기도 했고, 홍보분과에서 저의 사진을 인화해서 주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1년은 보좌 신부님이 없어서 아이들과 함께한 사진이 많았습니다. 보좌 신부님이 온 이후에는 봉사자들과 함께한 사진이 많았습니다. 적성 성당과 자매결연 맺은 사진도 있었습니다. 절두산, 수리산으로 도보 성지순례 간 사진도 있었습니다. 안면도로 가족 수련회 갔던 사진도 있었습니다. 배론으로 기차 성지순례 갔던 사진도 있었습니다. 추억의 사진을 만들어 주었던 홍보분과 봉사자에게 감사드립니다. 앨범 정리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나의 삶이 하느님 나라에 앨범으로 정리되고 있겠구나!” 좋은 사진을 앨범에 정리하였듯이, 나의 부족한 삶과 나의 거짓된 삶은 고백성사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신학이 삶으로 드러나는 것이 신앙입니다. 성모님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한 점에서 참된 신앙인의 모델이라고 하겠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뜻을 전하였고, 성모님은 어려움이 있지만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합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성모님의 응답은 배우자인 요셉과의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셉은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했지만, 약혼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에서 우리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였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늘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이며,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이에게 평화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멀리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은 모두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을 체험하였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간구하였습니다.

 

우리는 잘되면 내 탓이고,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시대를 탓하고, 가정을 탓하고, 이웃을 탓하고, 친구를 탓하면 진정한 자신을 보기 어렵습니다. 삶의 기준이 성공과 권력 그리고 재물이라면 우리는 누군가를 탓하기 마련입니다. 작은 꽃은 절벽에 피어도, 길가에 피어도, 비를 맞아도 탓하지 않습니다. 존재 자체가 하느님의 영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각자도 그렇습니다. 150억 년의 우주가 나를 위해 준비되었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존재의 감사요, 창조의 경이로움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로 불리시지만, 그 모든 영광은 결과입니다. 근원은 바로 순명과 신뢰였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라는 말 속에는 세상의 논리보다 하느님의 뜻을 선택한 지혜가 있습니다. 신앙은 논리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순명으로 드러나는 사랑입니다. 성모님의 삶은 하느님의 뜻에 응답한 사랑의 앨범이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매일 한 장씩 채워지는 신앙의 사진첩입니다. 오늘 우리는 성모님처럼 탓하지 않고, 순명으로 하느님께 응답하며, 기억을 감사로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주님, 제 삶의 앨범 속에서 당신의 얼굴이 드러나게 하소서. 제 기억이 감사로, 제 순명이 사랑으로, 제 관계가 평화로 이어지게 하소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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