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6-01-09 조회수51 추천수1 반대(0) 신고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루카 5,12-16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 온 세상을 당신 뜻대로 섭리하시는 참된 주인이심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열왕기 하권에서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 예언자가 아람 군대의 장수인 나아만의 나병을 낫게 함으로써, 오직 하느님만이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참된 주인이심을 드러냈듯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시 절대 고칠 수 없는 ‘불치병’으로 여겨지던 나병에 걸린 환자를 치유하심으로써, 당신이 하느님과 같은 권능을 지니신 그분의 아들임을 드러내십니다.

 

레위기에 따르면 나병환자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카락을 풀며 윗수염을 가림으로써 자신이 죽은 사람과 다름 없는 존재임을 드러내야 했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 곁으로 다가오면 “나는 부정한 사람이오.”(레위 13,45)라고 큰 소리로 외침으로써 그가 자신의 몸에 닿아 율법적으로 부정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만 했습니다. 또한 그가 속한 공동체는 물론이고 가족으로부터도 격리되어 외딴 동굴 같은데서 몰래 숨어 살아야 했지요.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가련한 처지였던 겁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그런 나병환자가 겁도 없이 예수님 곁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는 주님 앞에 납작 엎드려 얼굴을 조아리며 그분께 이렇게 청하지요.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다른 이들로부터 정결법을 어겼다며 돌팔매를 맞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님 가까이 다가간 그 용기, 예수님을 주님이라 부르며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맡긴 그 믿음은 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그는 본능적으로 구약의 ‘율법’과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의 차이를 알았던 것입니다. 율법은 그가 나병에 걸려 부정한 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의 ‘부정함’이 옮지 않도록 그를 옭아매려고만 할 뿐이었지만,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에 따르면 주님은 오히려 그가 병자이기 때문에 또한 죄인이기 때문에, 그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육신의 질병은 물론이고 영적 질병인 죄까지 치유해 주실거라 믿은 것이지요. 즉, 그는 한마디로 말하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은’ 겁니다.

 

율법을 어기지 않는 것에만 신경쓰며 죄 짓는 것을 두려워 한 유다인들은 부정한 이의 몸에 손을 대면 그 부정함이 옮아 함께 부정해졌지만, 하느님의 뜻을 적극적으로 따르며 최선을 다해 사랑을 실천하신 주님께서 나병환자의 몸에 손을 대시자 오히려 그의 부정함이 깨끗하게 정화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지니신 참된 거룩함은 부정을 피함으로써 겨우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철저히 순명함으로써 자연스레 전해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와 사랑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죄인인 우리도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존재로 변화되는 것이지요. 예수님은 그렇게 당신이 참된 하느님이심을 드러내십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권능으로 불꽃 속에 있는 떨기나무가 타버리지 않게 하신 것처럼, 주님께서도 당신 권능으로 죄 속에 있는 우리가 부정해지지 않게, 오히려 거룩해지게 만드시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도 오늘 복음 속 나병환자처럼 그런 주님을 굳게 믿고 그분 자비에 자신을 온전히 의탁해야겠습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우리를 통해 다시 한 번 당신 권능을 드러내실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