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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주간 토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학자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6-01-24 조회수53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주간 토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학자 기념] 마르 3,20-21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우리 사회에서 보통 ‘미쳤다’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입니다. ‘정신에 이상’이 생겨서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상식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경우를 일컫지요. 그러나 미치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인데, 앞의 ‘미침’은 ‘미칠 광’(狂)자를 쓰고, 뒤의 ‘미침’은 ‘이를 급’(扱)자를 써서, 어떤 일이든지 그것에 미칠 정도로 온전히 몰두해야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미쳤다’는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무엇에 미쳤는지 그리고 그 미침을 통해 ‘나’라는 존재가 어느 수준에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잘 식별하는 게 중요한 겁니다. 그래야 올바른 것에 미쳐서 제대로 미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이 ‘미쳤다’고 생각하여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미치다’로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는 영어로는 ‘crazy’가 아니라 ‘out of his mind’라는 뜻이지요. 즉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이 말 그대로 ‘정신이 나가서’, 그런 예수님이 잘못되거나 할까봐 걱정되어서 그분을 찾아나선 게 아니라, 예수님이 자꾸만 현실의 이치에 맞지 않는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해서,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선택을 해서, 그런 예수님 때문에 자기들까지 피해를 입게될까 두려워 그분을 제지하려고 나선 겁니다. 

 

물론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예수님이 ‘미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왼뺨을 때리면 오른 뺨까지 내어주라’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출세와 성공, 부와 명예를 쫓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예수님이 미친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신을 찾아오는 병든 이, 마귀 들린 이, 가난한 이들을 돌보느라 제대로 식사조차 못하고 바쁘게 지내시는 모습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그 어떤 이득도 되지 않고 오히려 그로 인해 큰 손해와 희생만 오롯이 감당해야 했는데도 개의치 않으시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유다인들이 세속적인 것들에 집착하며 땅 위를 기어다니는 ‘애벌레’의 수준이었기에,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하느님 뜻을 추구하는 ‘나비’ 같은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붙잡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는 원래 ‘손에 쥐다’, ‘제지하다’라는 뜻입니다. 즉 예수님의 친척들이 그분을 붙잡으려고 했다는 것은 예수님이 당신 뜻대로 하지 못하도록 제지하려고 했다는 뜻입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을 자기들 손으로 꽉 움켜쥐고 제멋대로 휘두르려고 했다는 뜻입니다. 남들을 무시하고 자기 뜻을 내세우는 교만에 빠져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여기며 다른 이들을 함부로 판단하는 독선이 마음 속에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들은 예수님을 참으로 믿고 따르는 그분의 참된 제자가 될 수 없지요. 지금 내 마음은 무엇에 붙들리고 미쳐 있습니까? 주님과 그분의 뜻입니까? 아니면 세상의 부귀영화입니까?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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