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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 연중 제3주일: 마태오 4, 12 - 23
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6-01-24 조회수75 추천수3 반대(0) 신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요한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나자렛에서 갈릴래아의 가파르나움으로 옮겨 가십니다. 즉 예수님의 활동 장소가 이제는 이스라엘의 변두리 지역 이방인들의 갈릴래아로 옮겨진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복음은 일찍이 이사야 예언자가 말씀하신 예언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것은 유대인만 아니라 이방인 모두에게 예수께서 빛으로 오셨음을 뜻합니다. 또한 요한복음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빛으로 비추어졌다, 는 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짐을 뜻하기도 합니다. 빛인 예수님께서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말씀하시면서 전도를 시작하십니다. 또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라고 하시면서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그리고 회당에서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십니다. 이는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행하신 일을 요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행하신 이러한 일들이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우리에게 어떻게 빛으로 비출까요? 빛은 환희와 기쁨으로 생명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면 예수께서 행하신 모든 일이 환희와 기쁨으로서 생명력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예수께서 사셨던 그 당시 이스라엘은 너무나도 어두운 세상을 살았으며, 아무 희망조차 없는 상태였습니다. 백성들은 하느님을 믿었고 메시아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기쁨이나 희망도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한 백성에게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처음으로 전하면서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다가왔다.”라고 하십니다. 어둠에 싸였던 그들에게 하느님께 돌아서는 것만이 바로 빛을 보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또한 그 빛을 보면서 그곳으로 가는 길은 멀리 있는 저 세상의 일이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일깨워 주십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제자들을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고 불러 모으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그 백성 가운데서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심으로써, 환희와 기쁨의 생명력을 불러일으키십니다. 즉 이 세상에 빛을 가져다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상황도 그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남을 짓눌러야 하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라는 표현으로 드러난 각박한 현실을 보면서 어둠만 있고 생명의 빛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주님을 따른다는 우리에게도 그 빛은 그 어디에도 없는 듯합니다. 빛인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빛을 향해 돌아서라고 말씀하십니다. 돌아서십시오. 회개란 그동안 우리의 시선이 우리 자신에게 있었다면 이제 하느님께로 돌리는 것입니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하늘나라가 다가오게 하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마음속에서 주님을 빛으로 받아들일 때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회개하여 마음을 열지 않으면, 빛을 향하여 돌아서지 않으면, 지금 여기 도래한 하늘나라를 살지 못합니다. 하늘을 담아 안은 겨울 나목처럼 마음 활짝 열고 하늘나라를, 하느님을 맞아들이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갈릴래아 호숫가의 어부들, 빛이신 주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평생 집과 가족, 고기잡이 생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부들은 마음 깊이에서 주님을 찾았기에 주님은 이들을 찾아주셨습니다. 호수에 어망을 던지는 갈망의 사람, 시몬과 안드레아 형제를 보시고 부르신 주님은, 이어 아버지 제베대오와 함께 그물을 손질하는 야고보와 요한 형제를 보시고 부르십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주님은 우리의 복된 운명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우리의 운명도 바뀝니다. 주님을 만나는 장소는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주님과 만남은 한번 만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만남의 연속 곧 회개의 연속입니다. 이래야 늘 새날, 새 하늘, 새 땅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버리십시오. 하느님 아닌 모든 것을 버립시다. 회개의 둘째 단계가 바로 버림이자 비움입니다. 사실 하느님 아닌 것은 모두 짐이 될 뿐이며 죽을 때 남는 단 하나는 하느님 한 분뿐입니다. 사실 주님을 만나면 저절로 버리고 비우고 나누기 마련입니다. 주님 친히 우리가 짊어진 멍에를 부수십니다. 당신의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으로 바꿔주십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시몬과 안드레아 형제는 그물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고, 야고보와 요한 형제는 배와 아버지를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가장 끊기 어렵다는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재물의 소유를 끊고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모든 사람에게 이런 버림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삶의 중심을 자신에게서 하느님께로 두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베네딕도 성인께서는 그의 수도승들에게 아무것도 그리스도에게 대한 사랑 보다 앞세우지 말라 하십니다. 재물의 종이 아닌 주인이 되어 집착 없는 자유의 삶을, 또 사람을 사랑하되 집착 없는 초연한 사랑의 삶을 살라고 당부하셨지요. 왜냐하면 진정한 행복은, 기쁨은 버림의 비움에 있습니다. 넉넉한 비움의 공간은 생명과 사랑, 자유와 평화로 충만해야 합니다. 바로 이 비움의 넉넉한 공간을 찾아 무수한 이들이 수도 생활을 희망합니다. 삶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입니다. 비움은 비움이 목적이 아니라 세속적인 것을 비운 그곳에 하느님으로 충만하기 위함입니다. 텅 빈 충만!!!

자기를 온전히 비워 하느님으로 충만한 사람은 하느님의 사람이 될 것이고 그 사람은 하느님의 겸손을 살아갑니다. 안팎으로 부지런히 버리고 비워야 합니다. 방을, 책장을, 옷장을, 생각을, 마음을, 머리를, 욕심을 비우는 것입니다. 모든 방면에 걸친 버림의 비움은 수도자들의 평생 수행입니다. 이사를 할 때도 여행하기 전도 전 늘 청소도 하고 버리고서 떠납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욕심을 버려 마음을 비울 때 저절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친교와 일치가 이루어집니다. “형제 여러분, 모두 합심하여 여러분 가운데에 분열이 일어나지 않게 하십시오. 오히려 같은 생각과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게 하십시오.”(1,10) 사도 바오로의 코린도 교회를 향한 간곡한 당부 역시 욕심을 비우고 비워진 그 마음 안에 성령으로 충만할 때 분열은 저절로 사라지고 같은 생각, 같은 뜻으로 친교와 일치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떠나십시오. 주님을 따라 떠나는 것입니다. 버림과 비움에 이은 떠남입니다. 주님을 따라 떠나는 순례 여정 중에 있는 우리입니다. 버림과 비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님을 따라 떠나는 게 회개의 3단계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그들은 곧바로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 어김없이 버림에 이은 따름입니다. 그러나 복음의 어부들처럼 문자 그대로 제자리를 떠나 주님을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제자리에 살아도 늘 낡음에서 새로움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가는 삶, 탈출의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한 번 이탈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일 끊임없이 이기적인 나로부터 주님을 따라 이타적인 삶을 살기 위한 떠남의 삶을 살라는 초대입니다. 
 
이래야 어제도 미래도 아닌 늘 영원한 현재를 살 수 있습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은 어제를 떠나지 못하고 어제에 사로잡혀 살고 있고,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주님을 떠나 따를 때 지금 여기서부터 빛으로 충만하고 그 생명의 빛이 넘칠 때, 삶은 기쁨과 행복으로 넘쳐 함께 사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고 평화롭게 할 것입니다. 주님과의 만남으로 시작한 빛을 향한 여정의 끝은 주님을 끝까지 따름입니다. 우리의 삶의 행동 양식과 의식 혹 태도 전환의 길은 주님을 따르는 길뿐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 말고는 다른 길도 없고, 다른 진리도 없고, 살만한 가치 있는 삶도 없습니다. 시간 급행열차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영원한 현재를 살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끊임없는 주님과 만남으로 시작한 버림과 떠남과 따름의 삶뿐입니다. 그런 삶을 살아가기 위해 빛인 그분은 다가오시고 하늘나라를 선포하시며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암흑의 땅처럼 어둠과 상처로 얼룩진 우리의 영혼에 주님 생명의 빛이 비칩니다. 주님을 만나십시오. 주님을 간절히 찾을 때 우리를 찾아 만나 주시는 주님이십니다. 모두를 버리고 비우십시오. 삶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비우는 것입니다. 버리고 비울 때 비움의 공간 안에 가득 한 기쁨과 자유가 충만할 것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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