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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6-02-05 조회수233 추천수7 반대(0)

지난 1231일입니다. 한국에서 형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작은아버지께서 하느님 품으로 가셨다는 연락입니다. 저는 작은아버지를 위해서 연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멀리 있어서 한국으로 가지는 못했지만, 작은아버지를 위해서 미사를 봉헌하며 작은아버지와의 추억을 생각했습니다. 등산을 좋아했던 작은아버지는 산에 갈 때 저를 데려갔습니다. 요즘은 부루스타가 대세이지만 당시에는 석유 버너가 있었습니다. 시너로 심지에 불을 붙이고 펌프질을 하면 버너에 불이 붙었습니다. 버너에 불을 붙이는 것도 기술이었습니다. 작은아버지는 저의 무뎌진 마음에도 열정의 불을 주었습니다.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작은아버지는 제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10등 안에 들면 자전거를 선물로 준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자전거는 저의 마음에 불을 붙였습니다. 저는 열심히 공부했고, 드디어 10등 안에 들어서 자전거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작은아버지는 고향에 있는 선산으로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조상들의 신앙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5대째 천주교를 믿는 집안이라고 해 주었습니다. 한양에 살다가 박해를 피해서 김제, 전주, 익산으로 갈라지는 산골로 피난 갔다고 했습니다. 김제 포졸이 잡으러 오면 전주 쪽으로 도망가고, 전주 포졸이 잡으러 오면 익산 쪽으로 도망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재물과 권력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한양 조씨라는 이름과 천주교라는 신앙을 물려 주었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손자 중의 한 명은 사제가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사제가 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공고에 가서 일찍 돈을 벌어 집안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군인이나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제 안에 숨어있던 열정을 깨워 주었던 작은아버지의 권유가 씨앗이 되어 저는 신학교에 입학했고 사제가 되었습니다. 작은아버지의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도록 기도합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두 사람의 죽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죽음입니다. 다윗은 총명하였고, 다윗은 전쟁터에서는 용맹한 장수였고, 다윗은 잘못을 뉘우쳤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았다고 전합니다. 다윗은 모든 일을 하면서 거룩하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 영광의 말씀으로 찬미를 드렸다고 전합니다. 다윗은 온 마음을 다해 찬미의 노래를 불렀으며 자기를 지으신 하느님을 사랑하였다고 전합니다. 아름다운 죽음입니다. 죽었음에도 사랑받는 죽음입니다. 다른 하나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길을 준비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회개의 세례를 주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도 세례를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을 엘리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스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나는 광야에서 그분을 위한 길을 준비하는 소리일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은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은 억울한 죽음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사람은 없다.

 

교회가 2000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다윗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사막과 광야에 들어가서 깊은 침묵 속에 하느님의 뜻을 찾았던 세례자 요한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기꺼이 나누어주고 수도자가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도와 건물로 보이는 교회가 아니라 관상과 묵상을 통해서 성령의 이끄심을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썩어 고목이 될 수밖에 없는 교회는 새로운 순이 돋아나고, 여전히 외롭고,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21세기에도 다윗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평생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였던 마더 데레사 수녀님, 아프리카에서 헌신하였던 이태석 신부님, 꽃동네의 오웅진 신부님이 있습니다.

 

신앙의 길에는 늘 두 개의 깃발이 있습니다. 교만과 권력을 추구하는 헤로데의 깃발이 있습니다. 겸손과 회개 삶을 추구하는 다윗과 세례자 요한의 깃발이 있습니다. 선택은 우리의 자유입니다. 선택의 책임 또한 우리의 몫입니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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