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연중 제5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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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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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02-10 | 조회수298 | 추천수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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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도 상대방이 들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동창 신부님이 달라스에 왔습니다. 저는 주로 걸어 다니기에 차를 쓰도록 했습니다. 신부님은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운전하였습니다. 차에 핸드폰 거치대가 없었습니다. 저는 핸드폰을 차의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신부님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어려워했습니다. 차분하게 차를 세우고 블루투스를 연결해 드렸습니다. 그러자 차량의 내비게이션과 핸드폰의 내비게이션이 연동되었고, 신부님은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끝까지 말을 듣지 않았으면 여전히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낯선 곳에서 운전할 뻔했습니다. 공항에서도 그랬습니다. 나올 때 북쪽으로 나오면 사제관 오기가 편하다고 했습니다. 신부님은 그냥 내비게이션만 보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공항이 복잡하여서 내비게이션을 보는 것도 좋지만 북쪽을 먼저 보는 것이 좋다는 제 말을 귀담아듣지 않아서 나올 때 조금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저도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늘 당부하였습니다. “어른들에게는 늘 공손하게 대하세요. 술을 적당히 마시세요. 어디 다녀오면 발을 꼭 씻고 자야 합니다.” 당연한 말인데 잔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하느님 품으로 가셔서 더 이상 제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예전 어머니의 말씀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동창 신부님이 본당 설립 50주년 기념 준비에 대해서도 몇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냥 휴가왔으면 조용히 머물다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친구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교우들이 잘 알아서 할 거라면 에둘러서 불편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우리가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다는 교만입니다. 상대방이 잘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기입니다. 하느님의 뜻보다는 나의 뜻을 이루려는 욕심입니다. 솔로몬은 다윗 다음으로 훌륭했던 이스라엘의 왕입니다. 하느님을 위한 성전을 건설하였습니다. 다윗이 통일했던 왕국을 굳건하게 하였습니다. 하느님께 지혜를 청했던 솔로몬은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의 뜻대로 잘 다스렸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지혜를 발휘하여 거짓된 엄마와 진짜 엄마를 구별하여 아이가 진짜 엄마의 품으로 갈 수 있게 하였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나온 것처럼 스바의 여왕은 솔로몬의 지혜에 탐복하였습니다. 소문으로 듣던 솔로몬의 지혜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감탄하였습니다. 스바의 여왕은 많은 선물을 솔로몬 왕에게 드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솔로몬의 말년을 알고 있습니다. 솔로몬에게는 걱정이 없었습니다. 근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의 마음에는 교만과 허영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이방인의 신들을 섬겼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망각하고, 자신의 지혜가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솔로몬의 위기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교만과 허영이라는 마음에서 솔로몬의 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 시기, 질투, 원망, 분노, 탐욕이 나오고,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아 넘어지는 인간의 역사를 반복해서 보여 줍니다. 아담은 하느님의 말씀보다 자기 판단을 믿었습니다. 카인은 하느님의 경고를 듣지 않고 질투와 분노를 키워 결국 형제를 죽였습니다.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도 수많은 기적을 체험하고도 불평과 원망으로 귀를 닫아 버렸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을 때, 인간은 언제나 길을 잃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겉을 꾸미는 데서 멈추지 말고, 마음에서 나오는 것을 살피라고 하십니다. 참된 지혜는 많은 정보를 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 앞에 자신을 낮추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기와 질투 대신 감사로, 원망과 분노 대신 인내로, 욕심 대신 절제로, 무례함 대신 친절로, 자기중심 대신 나눔과 겸손으로 우리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의 입은 지혜를 말하고, 우리의 걸음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말씀을 듣는 사람이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주님, 제 귀를 열어 당신의 말씀을 듣게 하소서. 제 마음을 비워 교만이 아니라 겸손을 담게 하소서. 제 삶이 말이 아니라 열매로 복음을 증언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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