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양승국 신부_용서를 통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 자유로워집니다!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6-03-10 조회수67 추천수4 반대(0) 신고

 

 

누군가가 가슴에 찌르고 간 비수 같은 한 마디 말을 도저히 용서하지 못해 새벽녘까지 밤잠을 설친 적이 있으십니까? 내 인생에 커다란 오점을 남긴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사연 많고 풍파 많은 이 한 세상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몇 번씩 그런 체험을 하게 되지요. 상처가 채 아물지 못한 순간, 통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순간, 분노로 치가 떨리는 순간, 죽었다 깨어나도 용서가 안 되는 그 순간은 사실 ‘살아도 살아있지 못한 순간’입니다. 끝까지 용서가 안 되는 그 순간이야말로 지옥입니다.

 

사실 지옥은 누군가가 우리를 보내서 가게 되는 그런 장소이기보다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장소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랑이 미움 앞에서 무력하게 사라지는 순간, 속수무책으로 그 상처를 안고 숨죽여 울 수밖에 없는 순간, 우리 스스로 그 죽음과도 같은 증오의 감정을 안고 끝도 없는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곳이 지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 용서가 안 되는 그 순간 세상은 온통 회색빛입니다. 분노가 지속되는 만큼 건강도 심각한 타격을 입습니다. 명치가 답답해져 옵니다. 속에 큰 돌덩어리가 하나 들어앉은 기분입니다.

 

‘그 사람’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이 확확 달아오릅니다. 어렵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 수렁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합니다. 정말 힘겨운 일이겠지만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있는 ‘그 사람’을 한시라도 빨리 내 속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비워야 합니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진정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런 이유로 성경은 우리를 향해 집요하게 용서하라고 당부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술 더 뜨십니다. 용서할 뿐만 아니라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한번 두 번도 아니고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이건 너무 지나친 권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건 차라리 바보가 되라는 거야 뭐야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런데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씀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용서만이 살길이니 밥 먹듯이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용서하고 말고를 따질 것이 아니라 무조건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용서할까 말까 고민할 것이 아니라 늘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할 때, 그 순간부터 특별한 한 가지 현상이 우리의 신심을 뒤흔듭니다. 누군가가 내 안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내 삶 안에 끼어 들어와 내 삶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늘 삶이 부자연스럽습니다. 삶이 부담스럽고 피곤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하느님 체험도 불가능합니다. 결국 용서만이 우리가 살길이며 용서만이 참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입니다. 이런 이유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용서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본인 자신입니다. 용서를 통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 자유로워집니다. 나 자신부터 편안해집니다. 내 인생길이 활짝 열립니다. 용서는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가장 구체적인 현존방식입니다. 용서 안에 하느님께서 현존해계십니다. 용서 안에 하느님께서 활동하십니다.

 

용서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향한 당신의 극진한 사랑을 드러내십니다. 서로 용서를 주고받는 인간관계 안에서, 다시금 새롭게 출발하는 인간관계 안에서 하느님께서 환하게 미소 짓고 계십니다. 이웃에 대한 무조건적인 용서를 통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기쁘게 용서하십니다. 용서가 있는 곳에 하느님 사랑의 기적이 시작됩니다. 용서가 이루어지는 그곳에서 새로운 차원의 영적 삶이 재개됩니다.

 

마음이 담긴 진실한 기도를 통해 용서의 길을 걷기 바랍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과거란 감옥에서 나와 이웃을 해방시키는 것입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탈출한다는 것입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나와 이웃의 손에 미래란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쥐여 주는 일입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두려움을 떨치고 용감하게 일어선다는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