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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잡혀가는 교우 구출
작성자박용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3-07-10 조회수841 추천수0 반대(0) 신고

잡혀가는 교우 구출

 

 문 바오로는 권 신부와 같이 길에 가다가 잡혀가는 여 교우들을 구하고, 포졸 두 놈을 나무에 묶어 놓는다. 그리고 지나가다가 또 네 명의 포졸을 따돌리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개된다. (윤의병신부지음「은화」하권 97-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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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아무 걱정 마십시오. 신부님을 모시고 가는 사람이 바로 이 문 장군 아닙니까.”

하고 수군거리고는 너털웃음을 내어 호기스럽게 웃는다. 신부는 밤새도록 걸어 피곤한 몸에 아침밥을 먹고 나니, 온몸이 나른하여 다시 걸어가기가 어려우나 편히 쉬고 있을 자리가 아니므로, 문 바오로 회장을 재촉하여 길에 나섰다. 앞서가는 문 바오로의 활갯짓이 훨씬 더 활발해 졌다. 막걸리 덕택이다.

천안읍을 향해 십 리 거리를 나오자 포졸 두 명이 여자 다섯 명을 한 줄에 묶어서 끌고 가는 것이 눈에 뜨인다. 앞서가던 문 바오로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신부님! 저놈들이 교우들을 잡아가는 것입니다."

“글세 다른 여자들이 저렇게 잡혀갈 리가 없을테지!”

문 바오로는 잠깐 둘러본다. 애송이 참나무들이 둘러선 양쪽 등성이 사이 조용한 골짜기였다.

“신부님, 잠깐 여기 앉아 기다리십시오.”

하고 포졸들을 향하여 쏜살처럼 내달린다.

“여보, 포졸들! 그 죄인들이 천주학꾼이오?”

“그렇소. 왜 그러시오?”

“본관사또께서 그 부인들을 방면하여 보내라 하시니 얼른 놓아 보내시오!”

한 놈은 어리둥절하여 어쩔 줄 모르고 한 놈은

“그렇다면 전령을 내 놓으시오.”

“이놈아! 말하면 그만이지 꼭 전령이 있어야 하니.”

하고 벼락같이 따귀를 올려붙였다. 그리고 그놈의 상투를 잡고 휘둘러 도랑에 쓸어 박고 발길로 내려 다진다. 번개같은 순간이다. 다른 한 놈은 정신을 차리고

“이 도적놈아!”

소리를 지르며 비호처럼 덤벼들어 문 바오로의 멱살을 잡았다. 문 바오로는 멱살 잡은 놈의 따귀를 벼락같이 후려갈기고는 발길로 그놈의 복장을 내리쳤다. 장군이라는 별호를 듣고 있는 문 바오로의 완력이다. 게다가 타오르는 의분에 주기까지 겹친 데서 폭발한 완력이다.

“어이쿠!”

하는 비명과 함께 그놈은 자빠져 마치 내동댕이쳐진 새 새끼처럼 쩔쩔매고 있고, 눈을 되게 얻어맞았는지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문 바오로는 재빨리 부인들이 묶인 줄을 끊어 놓고 어서 도망가라는 눈치를 보냈다. 부인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면서 공연히 겁에 질려 덜덜 떨고만 있다.

“어서 도망가요!”

문 바오로가 성을 벌컥 내며 소리를 질렀다. 자기의 눈치도 몰라보는 그들의 미련함을 꾸짖는 소리다.

먼저 도랑에 처박혔던 놈이 용을 써가며 일어난다. 도망가라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난 모양이다. 그래도 나라의 녹을 먹고사는 사람이라, 나라 죄인을 붙잡고 가다가 길에서 놓치고 관가에 들어가면 무슨 꼴을 당할는지, 직업적 본능이 놈의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바오로의 발길은 그를 용서치 않고 다시금 도량 속에 처박았다. 바오로는 번갯불이 철철 흐르는 눈을 부릅뜨고 부인들을 노려본다. 그제야 부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거미 새끼처럼 확 퍼져 참나무 사이로 제각기 달아난다.

“네 이놈들, 꿈쩍했다간 이 돌로 머리를 짓바순다!”

문 바오로는 어느새 화로 만한 돌덩이를 번쩍 들고서 포졸들을 위협한다. 부인들이 안전하게 멀리 도망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너무 오래 서 있을 수는 없으므로 돌을 내던지고 그놈들의 발감개(발을천으로감은것)를 풀어 그들을 결박하여 상투까지 맞붙잡아 매어놓고는 거기서 한 삼십 보 거리를 더 끌고 들어가 길에서 보이지 않는 후미진 곳에 우뚝 서 있는 상수리나무에다 얽어매어 놓았다.

“에구구, 그저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포졸들은 금방 목이나 떨어지는 듯 애걸복걸한다.

“홍! 이놈들! 저희 목숨은 아까운 줄 아는 놈들이 글쎄, 무죄한 천주학꾼들은 왜 잡아다 죽이는 게야? 천하에 벼락맞을 놈들 같으니.”

문 바오로는 본능적으로 발이 번쩍 들리다가 포졸의 눈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정신이 나서 참고

“이놈들, 너희들을 이 자리에서 살려 보내야 될지 죽여야 될지 좀 기다려 보아야겠다. 저기 뒤떨어진 내 친구가 오거든 의논할 테니 담배 두어대 태울 동안 꿈쩍 말고 있어야지, 공연히 도망가거나 소리를 내면 당장에 죽일 것이니 그런 줄 알아라. 나는 저기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렇게 엄포를 놓고 어슬렁어슬렁 한길에 나와 마음을 졸이고 앉아 있는 권 신부를 손짓하여 불렀다.

 

"포졸들이 그 자리에서 죽지 않을까?”

신부의 노파심은 이렇게 아직도 불안함을 풀지 못한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있으면 저놈들의 힘으로 풀던

지 끊던지 하게 되었으니 아무 염려 마십시오.”

“그럼, 우리를 쫓아오지 않을까?”

“그렇게 안됩니다. 그처럼 얻어맞은 놈들이니 금방 일어나 쫓아오기 어렵고, 또 무엇보다 기가 눌려서 그렇게 못합니다. 아무 염려 마십시오.”

“응! 그려…….”

신부는 겨우 안심되는 듯 이런 말을 하고 턱으로 앞을 가리킨다. 앞서가라는 뜻이다. 거기서 한 5리에서 다른 두 포졸과 마주치게 되었다. 아슬아슬하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일날 뻔하였다. 아무리 문 장군이라 할지라도 포졸 네 놈을 한꺼번에 당해 내기는 용이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따로따로 두 놈씩 만나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문 바오로는 여차하면 또 완력을 사용할 자신을 가지고 잠깐 뒤를 돌아보고 염려 마시라는 눈치를 보이고 콧노래를 부르며 걸음을 계속한다. 신부는 무조건 그의 뒤를 따른다. 이윽고 양편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포졸들이 어지간히 가까워졌을 때 문 바오로가 먼저 입을 열어

“천주학꾼들 잡으러 가십니다 그려!”

하고 호기스럽게 껄껄 웃는다.

“왜 그러시오?”

하고 앞선 놈이 눈을 둥그렇게 뜨며 쳐다본다.

“아니, 저 윗거리 주막에선 포졸 두 분이 천주학꾼들을 잡아다 놓고 술상이 재미나게 벌어졌습니다!”

문 바오로는 이런 말을 하면서 포졸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당신은 어디로 가시오?”

“우리는 천안읍에 볼 일이 좀 있어서….”

하는 문 바오로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 오던 포졸이 제 동료의 소매를 끌며

“어서 가보게, 이 자식들이 저희 혼자만…….”

중얼거리면서 옆으로 지나쳐 가고 만다. 문 바오로는 그들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입을 삐쭉하며 소리도 없이 씩 웃고 또 콧노래를 부르며 걸음을 계속한다. 방갓 속에 신부의 이마에는 진땀이 솟았다.

포졸들은 문 바오로의 심란한 태도에 앞서간 동료들로부터 검색을 당한 사람들인 것을 넉넉히 알 수 있는 동시에, 그 주막거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떠났던 동료들이 기다리지 않고 술상을 차리고 앉았다는 것이 불쾌하였던 것이다. 지금 한창 시장기가 돌고 목이 컬컬한 판에 놈들의 술상이 끝나기 전에 어서 가 본다고 걸음을 빨리 하고있다. 얼마 후 문 바오로가 신부를 돌아보며

“술 먹으러 가는 놈들의 꼴을 보십시오! 술이 가끔은 이런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글세, 네 변통으로 두 번은 무사히 지냈지만 앞으로도 과연 무사할지……,”.

“미리 염려할 것 없습니다. 되는 대로 당해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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