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저의 집사람이 사형선고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답니다. 한복가게를 한다고 매일 시간에 쫓기어 바쁜 생활 속에서 자주 눈이 터지는 것을 너무 무리해서 피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약방에서 안약이나 사서 사용하곤 하다가 차츰 빈도가 심해지자 동내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고 혈압이 좀 높아서라고 계속 혈압치료를 받았는데 그래도 호전되지 않자 간 검사 등 더 정밀한 검사를 받은 결과 신장, 간 등이 의심 서러우니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하여 강남성모 병원에서 진찰을 받게 되었습니다. B 형 간염에 의하여 간이 손상되었고 신부전증으로 골치 아픈 병인 데 잘 관리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하는 의사로부터 말을 듣고 이제 죽는구나. 그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벌써 죽어야 하다니, 너무나 허무하고 공허함 속에, 부모님 살아 계신 앞에서 쉽게 내 죽음을 알릴 수는 없으나 마지막 인생을 정리해야지 생각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고 어쩐지 쓸쓸하고 우울하여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고 잠도 오지 않는 날밤을 몇 일간 지새우는 시간 속에 시신기증을 기억해 내고 이 세상에 살 동안 나 자신 과 가족만을 위하여 살아왔지만 세상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어차피 썩어질 몸, 내 몸뚱이 해부용으로 내놓아 조금이라도 의학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보람된 일일까, 하고 시신기증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 후, 자기 이모(척추장애자-꼽추)에게 그 동기를 이야기하자 선 듯 동의를 하여 시신기증을 하였고 梨大(이대)를 나온 이모도, 저의 장인, 장모님 이렇게 해서 다섯 분이 이미 시신기증 한 상태고 저도 아들 동의서를 받아놓았습니다. 저는 산사람의 의식에서 선 듯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후손들에게 부모를 경시하는 풍조가 이어져 윤리, 도덕적 해이를 낳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여 권유할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교국가인 이조시대에 명의인 허준 선생의 스승, 유의태는 자기 몸을 해부하여 의술에 기여할 것을 유언하고 스스로 자살까지 하여 자기제자로(허준)하여금 몸을 열어보고 자기가 심혈을 기우려 애써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든 암이란 병을 규명해 보도록 하였습니다. 명의로서도 생명하나 구할 수 없었든 병, 그 규명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어놓은 스승 그는 진짜 명의 였다고 생각해 보면서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죽어서라도 의사의 숙련된 손끝에서 한 생명이라고 구할 수 있다면 살아서 못한 것 조금이라고 세상에 죽어서라도 기여한 것 아니냐고 위로해 보면서 후손들이 시신기증에 대한 깊은 뜻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라며 어쩌면 이 글이 유언의 기록으로 남기를 또한 생각해 봅니다. 작년 10월 4 일 장애자 처이모 금년 1월 20일 장인, 이미 두 분을 시신기증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차츰 후손들의 기억에서 살아져 연미사를 일년에 한 번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조상을 기억하며 얼마나 기도를 바쳐줄지 모르겠으나 시신기증을 하면 수시로 기도 드려 준다니 그 말은 믿을 수 있어서 죽은 영혼이라도 위로를 받을 것이라 믿을 교리로 믿음을 갖고 기쁜 마음으로 다가올 날을 준비하렵니다.
2004. 2월25일에 김재욱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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