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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추도사
작성자김재욱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04 조회수604 추천수3 반대(0) 신고

'아제'를 떠나 보내는 슬픔에서 영전에 바칩니다

아제! 한번이라도 더 부르고 싶습니다. 제가 '장가'를 들어 '아제'란 생소한 이름을 의미도 모르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因緣(인연)을 맺었습니다. '아제'란 강원도 말로 시집 안간 姨母(이모)란 것을 한참 후에야 물어 알았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는 확률은 佛家(불가)에서는 盲龜遇木(맹구우목)이라고 100년 묵은 눈먼 거북이가 망망 大海(바다)에서 우연히 떠있는 구멍난 나뭇조각에 목을 쭉∼내밀어 올라오는 때와 같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귀한 생명의 축복입니까! 그 생명에서 만난 우리, 또한 얼마나 깊고 큰 인연입니까! 우리는 이렇게 이모 되고 조카 되어 귀한 정으로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때가 되어 하느님께서 먼저 부르신 아제, 인간이기에 사바세계를 떠나는 '아제'를 우리는 너무나 안타까움이 많아 눈물 속에 목이 메어 떠나 보냅니다. '이제 나 죽을래' 라고 너무나 고통스러워 생명의 끈을 놓고자 하든 아제, 그 힘없는 말이 이제 유언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 꼽추라고 손가락질 받고 친구조차 사귀지 못하고 몸도 허약하여 학교도 못가본 채 늘 불청객으로 많은 시간들을 숨죽이며 아픔으로 세월 따라 온 삶이 환갑을 겨우 넘겼소. 세상 좋아져서 남 눈총 받지 않고 작은 키에 남이 십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한 시간 걸려 힘들게 걸어도 집은 좁지만 내 집에 사는 재미는 너무나 행복하다고 하던 아제, 다 자라서는 언니들 가게 봐 주고 푼푼이 모은 작은 돈으로 덜 먹고 덜 입고 덜 쓰고 절약하면서도 가끔 친척들 도움 주고 여러 후원회에 기꺼이 헌금하든 그 검소한 생활을 저는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며 존경해 오면서 세상살이 힘들 때는 용기를 얻곤 했습니다. 평생을 장애자로 슬픔과 친구하며 살았음직 하지만 언제나 주는 착한 마음으로 조용히 기쁜 미소로 살다 간 아제, 그 소박한 행복도 세상의 질투입니까! 짓궂은 운명입니까! 작은 가슴을 병균이 모조리 갉아먹어 숨쉴 공간이 없어 인공호흡기 산소호흡기란 醫術(의술)에 의존하여 흐느적흐느적 이어져가는 생명에서도 驚異(경이)로울 정도로 살고자 의욕을 보여 이제 '퇴원할 수도 있겠구나'고 우리들은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아제, 이게 무엇입니까? 그 동안 '아제'와의 이세상 정은 우리를 너무나 슬프게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아제! 너무나 아제의 一生(일생)이 불쌍하게 느껴지는 우리도 아제가 간 그 길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곧 뒤따라간답니다. 이것이 인간의 宿命(숙명)입니다. 중환자 실에서 병자성사를 주시든 신부님 말씀처럼 우리 모두 얼마간의 시간차가 있지만 영원한 고향 찾아 '아제'를 뒤따라 갈 것입니다. 아제, 신앙이 있어서 하느님 말씀 따라 살겠다고 노력해 온 믿음이 인간을 위한 시신도 기증하고 갔으니 홀가분하게 훌훌 넓은 창공을 날아 그렇게도 원하든 큰 호흡 마음껏 하면서 하느님나라에 가서 영원한 행복누리고 사세요. 여기 남은 우리, 많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아제'의 영혼구령을 위해 언제나 기억하며 하느님께 기도드릴께요. 또 '아제'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도 드릴게요. 말은 쉽게 '아제'를 위한다고 돌본다고 하면서도 제대로 다하지 못한 우리를 용서하십시오. 고인이 된 지금에야 우리들 정성이 많이 부족했고 더 잘 해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하여 '죄'서럽기조차 하답니다. 그리고 벌써 '아제'의 빈자리가 허전하고 섭섭하기도 합니다. 아제! 이제 저승에서 평안하게 사세요.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아제'를 언제나 기억하고 살면서 또 우리도 '아제'처럼 세상을 떠나게 되면 '아제' 영혼을 위 해 기도해 달라고 남은 사람들에게 부탁드리고 갈게요. 말이 많으면 거짓이 될까 두렵습니다. 이제 내용도 두서가 없어집니다. 아제, 그럼 이만 줄입니다. 주님의 평화 속에 행복하세요.
003. 11.4. '아제'의 永訣(영결)미사에서 조카사위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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