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저 먹고 살 것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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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순 | 작성일2004-12-17 | 조회수800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지난 여름이었다. 극장 앞에서 수녀님 곁에 올망졸망 모여있는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순간 모처럼 나들이를 했을 그 아이들에게 베푼 극장주인의 선행이 무척 고마웠다. 그는 불우한 청소년들과 시설의 아이들을 극장으로 초대했던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극장 주인이 무대에 올라 짧은 인사를 했다. 영화가 끝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점에 점심까지 마련해 놓았다는 것이다. 인심 훈훈한 극장 아저씨로부터 이런 세심한 배려까지 받고 영화를 관람하는 아이들을 어둠 속에서 훔쳐보니 그 시간만은 시설의 아이들도 자신의 불행을 잊은 듯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 아이들과 어우러져 슈렉2를 관람하는 동안 나는 내일도 모레도 아이들을 이렇게 행복하게 해줄 후원자가 계속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간절했다.
전쟁고아들 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시설에 차고 넘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 어쩔 수 없는 생활고로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믿음의 부재현상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모가 하느님의 실존을 믿기만 하면 자식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귀한 삶을 사랑보다 물질에 의존하며 살기 때문에 가정해체 현상이 늘어난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을지라도 둥지의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어미 새처럼, 열심히 노력하며 하느님께 자식들을 의탁하다 보면 하느님은 분명 길을 주신다.
자식도 믿어주는 만큼 되는 것을 체험을 통해서도 알 수가 있다. 그러기에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째 뽑혀서 바다에 그대로 심어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 ( 루가 17, 6 ) 하신 말씀을 실행에 옮겨야 할 사람들이 바로 어머니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식 키우기가 그렇게 힘든 것이다.
비록 겪은 고통은 다르지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성모님만큼 자식 때문에 고통을 당하신 분은 없다. 누구나 그분의 믿음을 조금이라도 본 받을 수 있다면 자식과 헤어져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성모님께서 살아 생전에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하셨듯이 가난의 설움을 잘 참고 이겨내면 언젠가는 옛말하며 자식들과 행복하게 사는 날이 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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