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34년 만에
작성자이봉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21 조회수891 추천수4 반대(0) 신고

    

지난 여름, 영세한지 채 일년도  되지않아 냉담을 했던 시누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은 불교로 개종을 했으니 이제 이런 건 필요 없다며, 영세할 때

내가 장만해 주었던 성서와 성가집을 아이들 편에 보냈던 시누이였습니다. 그

런데 냉담한지 34년 만에 가족과 함께 성당에 나가야겠다는 전화가 걸려 온

것입니다.

 

며칠 후, 오랜만에 시누이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동안 살아 온 세월을 속속들이

파헤쳐 얘기하는데 무려 4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부부가 서로 묻어두었던 마음

꺼내어 흠집을 내기도하고, 언성이 높아졌다가 다시 반성을 하기도하며,

이제는 마음 의지할 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정서불안으로 시달리고 있는

장성한 아들까지 성당을 나가고 싶다고 호소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남편, 아내는 따로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가정에

가로 세로 놓여져 있는 모든 고통의 원인이 내 탓보다는 네 탓이 더 많은 것

같았으니까요. 속으로 생각했지요. 어서 저 큰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제 탓이

요. 제 탓이요. 제 큰 탓이옵니다." 하고 고백기도를 하는 날이 와야 할텐데...

 

이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지금이라도 천주교에 귀의할 결심을 했는가를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이웃을 잘 만난 것입니다. 아파트를 함께 입주한 이웃

자매가, 시누이가 영세했던 사실을 알고, 십여 년이 넘게 매주 주보를 시누이

집의 우편함에 넣어 주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친절을 베풀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시누이 남편의 친구는, 친구에게 성당에 나가자는 말도 하지 않고, 교회

봉사를 헌신적으로 하며 늘 좋은 표양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친구의 선함과

사람됨을 계속 칭찬하며 그에게 감화를 받고 체험한 이야기를 몇 가지나 들려

주었습니다.

 

아무리 인정이 메말라 가는 세상이라 하지만, 의외로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사회나 교회 안에서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분의 완전한 사랑, 그

분의 무한한 사랑, 그분의 영원한 사랑을 깨달으며, 언제 어디서나 무슨 일이나

불가능가능케 하시는 하느님을 믿음으로서, 이들의 선행이나 선교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제 6개월의 교리공부를 열심히 해낸 시누이 남편이, 2월이면 세례성사를

받습니다. 그 때 함께 조당도 풀고, 관면혼배도 한다고 합니다. 나도 작은

몫이라도 하고싶어, 세례 받은 성당에 전화를 걸어 시누이의 세례증명을

부탁하기하고, 하얀 축복의 날에 어떤 선물을 할까? 하고 행복한 고민

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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