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지고 가야할 십자가
작성자이봉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25 조회수938 추천수3 반대(0) 신고

    

아들이 초등학교 일 학년 때였습니다. 그 무렵 저는 한 달에 한번 "사랑의 선교회"

봉사를 하면서 가끔 어린 아들도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곳의 식구들은 대개가 오갈 데 없는 장애가 있는 어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정신지체 장애아가 한 명 와 있었습니다. 문방구에서 조립식 장난

감을 몇 개 샀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앞장 세웠습니다. 오늘 그곳에 가면 네 친구

가 있는데 몸이 불편하니까, 네가 장난감도 만들어주고 놀다오자고 하며 칭찬 몇

마디 했더니, 아들은 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과자까지 사서 가슴에 안았습니다.

 

어른들은 불편한 몸을 이리저리 가누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엎드린 채 아이들

삥 둘러싸고 방을 채웠습니다. 그들 속에 마침 한국을 방문하신 '사랑의 선교

수사회' 초대 총장이신 '앤드류' 수사 신부님도 앉아 계셨습니다. 방 한가운데서

아들은 조립식을 맞추고 그 아이는 침을 흘리며 부품들을 집어주며 거들고 있는

모습이 동물원의 원숭이들 같았습니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은 아들은,조립

식 장난감으로 돈을 많이 날린 그 기술로 비행기며 탱크를 만들어 냈습니다.

아이는 몸을 흔들대며 좋아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시는 신부님도 무척 흐뭇해 하셨습니다. 신부님은 그 아이와

시간을 그렇게 함께 놀아주고 나오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통역하는

수사님을 통해 무슨 말씀인가를 계속하셨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창피하게도

지금은 아들에게 신부님이 해주신 말씀은 다 잊어버리고, 저에게 마지막 들려

주신 말씀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아들이 미국에서 정부, 기업, 개인에게서 받는 기부금으로 빈민국, 빈민

돕는 일을 합니다. 이제 와 생각하니 아이들의 장래는, 이미 태어날 때 하느님

께서 정해 놓으셨고, 누군가의 한순간의 진실한 기도는 그 아이들의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을 키워 자유의지로 갈 길 가게 내버려두었더니 깨닫

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은  앤드류 신부님과 아들과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 " 마더 데레사"를 관람하고, 아들이 어릴 때의 이런 기억만을 붙들고 바로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계속 심기가 편치 않았습니다. 시작의 뜻은

단순했는데 결과가 복잡해졌습니다. 주제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불분명한데

이유가 있지만,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군더더기가 많은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자식얘기라면 이성을 잃어버리는 자아도취의 글이 되고 만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고 글을 수정하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편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원봉사를 하다가 병으로 본국에 가있는 안나에게 전화를 걸어

" 이제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기도로 하늘을 감동시켜라."하신 마더 데레사 수녀

님의 말씀을 붙들고 묵상 중에 있습니다. 신앙인이면 누군가에게 이런 부탁을

받는 것이 꿈이 겠지만, 그 꿈을 이루기에는 신앙여정이 때로는 너무 고달픕니다.

바라보는 십자가는 있어도, 지고가야 할 십자가는 외면하는데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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