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생명의 은인
작성자이봉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19 조회수590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람과 사람" 이라는 책에서 읽은 추기경님께서 쓰신 어느 신부님의 이야기입니다.

 

1992년 겨울, 그는 등산길에 나섰다가 대청봉 부근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그만

리가 부러지고 말았답니다. 달리 구조를 요청할 방법도 없었고 그 먼 길을 부러진

다리를 이끌고 밑에까지 내려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답니다. 혹시 이러다가

산에서 얼어죽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엄습했고, 죽음의그림자가

서히 다가오는 것 같은 환상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력을 다해 하산하기 시작

습니다.

 

내리막길에 눈이 있으면 부러진 다리를 손으로 감싸안고 그대로 풀썩 주저앉아

미끄러져 내려왔고, 오르막길이나 평탄한 길에서는 무릎으로 기면서 아홉 시간

이상을 고생한 끝에 겨우 비선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의지하고 짚었던

돌부리, 말라비틀어진 나무뿌리, 마른 풀 한 포기, 그 모든 것이다 생명의 은인이

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선하고 각기 나름대로 존재 의미가 있다는, 철학

시간에 배운 내용이 새삼 떠올랐고 참으로 옳은 얘기라고 생각하였답니다.

더구나 진통제를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었던 사람들, 자기 일행과 떨어지면서

까지 전등불을 비쳐 주었던 등산객, 위로와 용기를 심어 주었던 사람들...어느

사람, 어느 한가지 일도 그에게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

느끼게 되었답니다.

 

이 이야기에 덧붙여 추기경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다 의미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돌멩이 같은 무생물에게도 존재의 의미가 있습니다. 갈대 하나하나에도

그 존재의 의미가 없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 의미를 찾아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기에,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일축해 버리게 되는 것뿐

입니다. 나아가 만물의 영장이며 하느님의 생명을 받아 창조된 인간과 인간의

삶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 의미는 찾아 나서

지 않으면 결코 찾아지지 않습니다. 남에게 얹어서 삶의 의미 같은 것은 생각조차

으면서 흘러가는대로 살겠습니까? 아니면 자신을 갖고 주체적으로 생의 의미를

추구하면서 살아가겠습니까?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