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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노숙자와 성사
작성자송규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12 조회수862 추천수0 반대(0) 신고
노숙자와 고해성사 | 2006 신앙체험
 
 

2005년 12월 31일 송년미사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는 중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인기척이 있어

옆을 보니 옆사람이 자리를 갑자기 뜨는 것이다. 왼편에는 자녀가 있었고

오른편에 비운 자리에 노숙자가 앉았다 섰다 하는 것이다.


냄새가 심하게 났다. 길에서 노숙자를 보았어도  이렇게 심하게 옷이 갈기갈기

헤어진 누더기에다 진때가 검고,  천조각이 겹겹이 포데기친데다 머리는 산발이라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다.


문듯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없겠다. 도움을 줄 수도 없고 데리고 나갈 수도 없이 집에 도착하려면 근 1시간 가야하고 그날까지 마무리 못한 일도 해야 하고 송구영신 자정미사에도 가야하는데...


무심코 자녀에게 해가 될가봐 옆칸으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마음이 영  편치 않는 것이다.

문듯 [ 참된 벗을 찾아서 ] 제임스 마틴 (예수회 신부)글이 떠올랐다.

  

도덕없 는 법은 무용지물이다

          Leges Sine Monbus Vanae - 펜실베이니아 대학 좌우명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에는 ‘평화의 여왕이신 성모’라 불리는 호스


피스가 있다. 콘크리트로 지어져 밝은 청색과 흰색으로 페인트칠을


한 이 2층집은 창립자인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 덕분에 너무나도 잘


알려진 여자 수도회, ‘사랑의 선교회’의 보금자리이다. 이 호스피스로


가려면 비교적 널따란 킹스턴 빈민가를 가운데 한 곳을 걸어서 통과


해야 하는데, 그곳에는 옴이 오른 염소들과 사나운 수탉들, 말라빠진


병아리들이 널려 있는 것은 물론, 때로는 길거리 여기저기에 작은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들을 돼지가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아침이면 빛바랜 흰색 셔츠를 교복으로 입어 갈색 얼굴이 유난히


돋보이는 자메이카 어린이들이 열기로 뜨거운 길거리를 달려 학교로


가곤 한다. 이웃 사람들을 손아귀에 쥐고 사는 거리의 폭력배들도


호스피스에 있는 수녀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 수녀들은 킹스턴에 사는 병자들과 임종자들을 보살핀다. 그들은


아침마다 그들 특유의 수도복 - 푸른 줄이 섞인 하얀 사리 -을 입고


너무 아파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여러 번에


걸쳐 병자들을 호스피스로 데려와서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지낼 곳을


제공하는데, 이들은 여기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은


건물의 한쪽 날개에서 잠을 자고, 여자들은 다른 쪽에서 잔다.


이곳은 자메이카의 햇살을 담뿍 받는 널찍한 안뜰을 가진 밝고 쾌적한


장소이다. 한낮의 비가 걷히고 나면 거주자들은 안뜰로 나와 앉고


수녀들이 더러워진 흩청을 빠는 동안, 초록빛 도마뱀들이 나른하게


일광욕을 즐긴다.


 어느날 아침 내가 이곳 호스피스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


친구 하나가 찾아왔다. 그 시각에 나는 너무나 병이 깊어 혼자서


목욕을 할 수 없는 열댓 명의 노인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는 일로


바쁘던 참이었다. 내 일은 점심 식사 이전까지 남자들을 가능한 한


많이 씻겨 내는 일이었다. 때로는 면도를 해주고 손톱과 발톱을 깎아


주기도 하는데, 이 일이야말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다.


나는 깨진 도자기 변기들이 한쪽 벽을 따라 늘어서 있고 반대편에는


샤워기들이 줄지어 있는 커다란 공동 목욕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서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은 양동이에다 물을 받아 스펀지로 몸을 씻겼고


그동안 그들은 용도에 맞도록 플라스틱 변기를 부착시켜 적당히 만들어

놓은 철재 의자에 있었다


나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과 변기에서 넘쳐 나온 오물들로 질퍽한


바닥에 무릎을 끓고 일을 했다. 수녀들은 목욕실을 세탁장으로


사용하면서 이곳에 있는 커다란 시멘트 욕조에서 자기네 사리들과


호스피스에서 쓰는 침대 홑청들을 냄새가 코를 찌르는 강력한 표백제로


빨아 냈다. 덕분에 목욕실에는 배설물 냄새와 오물 냄새, 표백제 냄새,


비누 냄새가 뒤엉켜 있었다. 그래서 나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형편


이었다. 그런 와중에 노인들 중 한사람이 신발을 신은 채로 샤워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나는 흠뻑 젖어 버린 신발 위로 - 바닥에


주저앉는 탓에 이미 젖어 있는 -바지를 벗겨 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엇다.


욕실 안은 축축하고 무더웟고, 나는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엇다. 물에 젖은


타일 바닥에 그림자 하나가 어른거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한 친구가


욕실문을 열고 나를 지켜 보고 있는 모습이 안뜰에서 흘러드는 밝은 빛을


등에 진 채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몇 초 동안 그렇게 지켜 보고


있다가 말했다. “이보게, 와튼 스쿨 친구들이 지금 자네 모습을 보았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대기업 재무 부서에서 6년동안 경력를 쌓고 나서 킹스턴 빈민가에서


일하고 잇는 내 자신이 그때까지도 여전히 믿어지지 않던 참이엇다.


어쩌면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예수회로 알려져 있는 로마가톨릭


수도회의 수련자로서 호스피스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사제직 서품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10년의 기간중 일 부분을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장시간 일하며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나는 높은


보수를 받는 직장, 출세, 주택, 가정, (한두 대의)자가용이 보장되어 있던


바로 그 시점에, 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다.


내가 태어난 가정은 신앙심이 대단한 가정, 적어도 한 아들이 사제가 되겠다고


결심하면 스스로를 ‘축복받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종류의 가정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두 분 모두 가톨릭 신자였으며 - 아버지는 가톨릭계 학교


까지 다녔고 - 결혼식도 가톨릭 성당에서 가졌다. 나와 여동생 캐롤린은


세례를 받고 견진도 바았다. p.11~13



참된 벗을 찾아서: 대기업을 떠나 가난과 순결과 순명의 세계로


 / 제임스 마틴 지음 / 가톨릭 출판사




그러나 평신도가 지금 그렇게 할 수 없고 시간이 갈 수록 불편해 지는

것이었습니다. 괜히 선한척 하는 위선이 아닌지 하면서 자녀에게

속이야기를 했더니 의외로 ‘그럼 목욕하라고 목욕비를 주면 돼잖아요’

왜 그런 생각이라도 못했을까? 왜 따뜻한 작은 배려를 하지 못했을까?

 

집에 도착해서는 그래 가난한 사람에게 예수님이 찾아 오신다는 데

그 걸인은 아닐꺼야. 영적독서나 종교 영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선행을

읽거나 보아서 그럴거야 하고 합리화 시켰다. 괜히 선한 척하는 자신이

싫어 졌다. 가식적인 것 나의 모습이...


그날 밤 자정미사에 주보를 보니 첫면에


새해의 작은 기도

주님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 주세요

주님께서 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해 주세요

그렇지만 올해도 저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

주님  

올해도 저를 쓰러뜨려 주세요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저를 쓰러뜨리신다는 것 이제 아오니 올해도 저를 거침없이 쓰러뜨리셔서 다시 힘차게 일어나 십자가를 품에 안고 가게 해 주소서

주님  

올해도 억울한 일을 당해도 파르르 분노에 떨지 않게 해주세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분노하기보다는 기도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소서

 

주님

올해도 저에게 상처 준 자들을 용서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용서할 수 없으면 잊기라도 하게 해 주세요

무엇보다도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십자가에 못박혀 손에 못자국이 나기 전에 목수 일로 생긴 노동의 굳은살이 먼저 박혀 있었던 주님

저로 하여금 올해도 일하기 싫은 마음을 지니지 않게 해 주시고

지하철에서 만나는 가난한 이들에게

주저하지 않고 동전 하나라도 건네게 하시고

노숙자들한테서 나는 냄새를 싫어하지 않게 해 주소서

주님 

올해도 제가 주님께 원하는 게 너무 많습니다

부디 올해는 주님께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도록

오직 주님의 가르침만 따를 수 있도록 해 주소서

● 정호승 프란치스코․시인

 



노숙자들한테서 나는 냄새를 싫어하지 않게 해 주소서 라는 글을 읽고서

영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때 피한 걸인안에 어떻게 예수님이

계실 수 있을까? 혼자 또 합리화 했습니다.


 편치 못하고 죄스런 마음에 미사전에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말과 행동안에 타인에게 냄새가 나지 않는지 늘 돌아보고

신앙이 성숙해지기 바라는 참으로 귀한 말씀을 듣고 감사 했습니다.


입당송 21번이 합송 되었습니다.

그런데 첫 음절이 시작도  되기전에 눈물이 흐릅니다.

새벽미사를 다닌지 4년동안 뜻하지 않는 때

위로자이신 성령이 함께 하심을 더 더 ...

왜 눈물이 나고 충만한지 의식성찰을 하여도

감정몰입에 의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의미도 깨닫기전에  상관없이 그냥...


성가 가사가 2절을 부를때야

그 가난한 사람안에 예수님이 함께 하셨다는 것을 

이 죄인은 또 늦게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미사성제안에 위로자이신 성령이 함께 하심을 ...


1. 지극히 전능하신 주여 주만을 사랑하리라

   모든 것 주님 위하여 내마음 다해 하리라.

   내 생명 주신 빛이여, 영원히 사랑 하리라.

2. 지극히 아름다운 주여 주만을 사랑하리라.

   이제사 주께 마음드려 내 잘못 뉘우치오니

  자비로 우신 예수여 어여삐 받아 주소서

3. 만물을 창조하신 성부 그 이름 현양하리라

   세상을 구원한 성자여 그 은혜 감사 합니다.

   위로자 성령이시여, 당신께 의탁합니다.




 
노숙자와 성사
작성자   (catho21c)                            우리들의 묵상 번  호   16131
작성일   2006-03-05 오전 11:39:22 조회수   280 추천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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