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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회상(어둠의 자취)
작성자김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05 조회수1,293 추천수5 반대(0) 신고

         어릴때, 학교에서 돌아 올 쯤엔 미리 화덕에 옥수수와 감자를 구워 간식을 준비해 놓으시며 대문에 들어설때 반겨 주시던 아버지, 모두가 어렵게 살던 그 당시 설이면 세배돈보다도 먹을 음식이 더 좋았던 때 엄마와 아버지는 밤새껏 찰떡(일본말 모찌)을 만들어 세배로 찾는 동네 아이들에게 단술과 떡을 내놓아 동네 아이들은 무척 좋아 했었다.

          아버지는 한 번도 공부하라하시는 말을 하지 않으시면서도 초등학교 들어가기전엔 달력 뒷면을 이용해 , ㄴ, 가, 갸, 거, 겨…’등 기초음은 알아야 한다며 막대기로 짚어 따라 읽게 하시며 몹시 애지중지 사랑하셨다.

         월등히 잘 사는게 아니었겠는데, 어려운 살림으로 힘들게 사는 동네 어느 언니를 잔 일도 도우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아야 한다고 데리고 오셨고, 별식일땐 좀 더 많은 양의 음식을 하여 언제나 이웃에 음식을 나누셨고, 친구들이 맘껏 놀 수 있도록 널뛰기 널도 마련 해 주시어 언제나 와서 놀도록 하시어 참으로 자상하시고 좋은 아버지셨다.

         대문을 들어서면 양 옆에 꽃숲으로 아름답게 장식하시어 이슬비가 내리는 봄이면 꽃모종하러 동네 사람들이 드나들어 아기자기한 동네도 만드셨다.

          그 어느것 하나 당신의 손길이 가지 않은곳이 없도록 그렇게 사랑의 울타리를 치셨던 아버지, 그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꿈꾸듯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삶을 통해 어떠한 어려움도 언제나 그런 든든하신 아버지가 계시기에 나는 언제나 자신 있었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니 이는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제나 말이 없으신 가운데서도 구석 구석 관심과 정이 배어들게 하셨던 믿음과 의지속에서 성장하게 하셨던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든든한 사람 아버지!

눈에 뛰게 보이지 않아도 항상 뒤에서 나의 버팀목이 되었던 아버지가 두 아이를 가진 엄마에 이를때까지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리라고 생각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던 , 아니 상상조차도 할 수가 없었던 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할때 나는 정신이 나갔었었다.

등대지기마냥 나의 삶에 우뚝 서 계셨던 아버지, 어떻게 그런 아버지가 나를 버리고 떠날수가 있단 말인가?

온 몸은 으스러져 몸을 가눌 수가 없었고 뒤척일 수가 없도록 늘어지고 마음이 깨져 아팠다.

죽음이란건 남의 일로만 여겨었는데 내게 닥친 그 죽음은 그렇게 무시무시하기 이를데 없었다.

나는 누구를 믿고 살라고 돌아 가신단 말인가

아니 누가 아버지처럼 나를 이해하고 나를 지켜 주신단 말인가.

지금껏  그 아버지는 나에게 장난을 치셨던거란 말인가?

원망과 그리움이 범벅이 되어 그 공허함 속에 가슴은 갈기 갈기 찢어져 그 상처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고 믿음은 산산조각 분산되어 나의 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나의 아버지만은 돌아가시지 않을줄 알았는데

 

그 충격으로 인해 나는 해가 있는 낮엔 멀쩡했던 사람이 석양이 걸린 저녁부터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누군가 나의 살을 모두 뜯어가 앙상한 뼈대만 남은듯하고 오돌 오돌 한기가 돌며 머리속은 무서움으로 가득하고 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나날을 보냈다.

내 앞에 펼쳐진 아버지의 죽음으로 나도 죽어가고 있는건가?

 

장례식때 보았던 하얀 옷가지들, 하얀 구두, 검정 옷들만 보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움이 덮쳤다.

남편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고 집구석은 난장판이 되었고, 숨통만 붙어있고 눈알만 움직일 뿐 무서워 방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이 나의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했단 말인가.

아버지는 왜 나를 버리셨단 말인가?

의지와 믿음이 깨지고 살아 있음의 원망이 짙어간다.

엄마는 성수도 뿌리시며, 기도를 하라 하시지만 귀에 들리지가 않았다.

그땐 아직 애숭이 신자였고 냉담도 했던 내가 아는거란 아무것도 없었다.

무서움의 공포가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나는 병원엘 가야겠다 맘 먹는다.

밖에 나가면 유난히 눈이 부시며 무서워 남편의 팔을 잡고 병원을 가야만 했다.

비가 와도 물론이지만 날이 흐려 빛이 없거나 밤이 되기 시작하면 무서움의 공포로 이불을 두껍게 뒤집어 쓰지만 막무가내다.

어둠은 그렇게 빛을 피해 숨어 있다가 해만 넘어가면 공포의 화살을 마구 쏟아댔다.

공교롭게도 그즈음에 나의 아파트에선 세 건의 장례가 발생했다.

그 모습들이 나의 주변을 돌고 나의 머리에 들어왔다.

아버지 장례식을 상기시켜 또한 나를 괴롭혔다.

 

어느때쯤인가 나는 왜 이럴까? 실날같은 생각에 접한다.

그러나 아무리 정신을 가다듬고 현실에 집중을 하려해도 빛이 사라진 어둠만 내리면 나는 무서움에 사로잡혀 힘을 쓰지 못하고 꼼짝을 하지 못했다.

너무 고통스러우면 약은 머리를 쓰게 되는지, 대낮엔 그날의 집안일이며 모든일을 열심히 하여 마치고 무서운 밤을 대처할 준비로 독한 마음으로 단단히 무장을 해 보지만 어둠은 절대로 나를 놓지 않았다.

장례식때 썼던 모든 하얀색 검정색 상복이며 그 날 신었던 가장 아꼈던 예쁜 하얀 구두도 모두 내다 버렸다.

옷장의 좋아했던 원피스며 검정 옷과 흰옷들 모두를 버렸다.

그 빛깔들이 나에게 파고들어 미치게 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나의 집엔 흰색과 검정색 옷과 구두는 없다..

이젠 안전하겠다는 마음이 되어 날뛰는 어둠속의 공포를 굳세게 대적하기위해 밤을 애써 기다렸다.

 그러나 이번엔 우뚝 선 하얀 성모상이 나를 무섭게 했다.

성모님이 왜 나를?

도저히 무서워서 만질 수가 없어 천으로 싸서 보이지 않게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감춰 버렸다.

그런데 그 감춰진 곳이 자꾸 생각이 났다.

나는 어떻게 살란 말인가?

머리를 쳐박고 울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 왜?

 

어느날 무관심했던 구역장이 신부님의 가정방문으로 나의 집을 방문한다 전화를 했다

, 그렇지. 이젠 난 살았다. 신부님께 상담을 하면 간단한것을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제서야 난 한참을 냉담했던 사실을 알고는 신부님께 자초지종을 말씀 드리면 뭔가 나아질거라는 기대에 처음으로 맞는 희망이었다.

그런데 그 신부님은 냉담으로 내 교적이 빨갛다며 오히려 "언젠가는 하느님이 자매님을 치실때…"

그리고 훌쩍 떠나셨다.

그야말로 천청벽력같은 말이었다.

그 말이 가슴에 꽂혔다.

하느님 이라는 말을 듣고 난 후 다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 무서움은 그 하느님마저도 정말 나를 버리실것 같은 두려움이었을까?

그 두려움속에서도 지금의 상태와 다른 깊숙한 그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던것 같다는 이상한 그 무엇이 가슴을 후려친다.

그게 무엇이었던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공포로 가득찬 가슴을 안고 구역장, 아니 누구에게든 말을 걸어야 했고 매달려 보지만 아무도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단지 그저 신부님의 그 말씀에 대해 너무 서운 해 하지 말라고 한다.

가슴이 답답하고 억장이 무너지는듯 했고 신빈성이 없어 무너진 기대, 답답하고 떨려서 눈물만 쏟아질뿐이었다.

신앙을 모를, 신자가 아닌 남편에게라도 동정을 받고 싶었다.

제발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기만 간절 할 뿐이었다.

남편은 신부님의 그렇듯 심한듯한 그 말씀은 결국 성당을 나가야한다는 야단치심이니 너무 걱정하지말고 성당을 나가야 될것 같다고 한다.

남편도 하느님은 두려웠던가?

나 역시 하느님마저 돌아서신다면 하는 그 생각에 미치니 나는 지금껏 하느님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떠오른다.

그래도 영세를 받았던 탓인지 하느님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 않았고, 이젠 빨리 성당을 가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조급해졌다.

성당을 가면 그 지긋지긋한 무서움의 공포에서 살아날 수 있을것만 같았다.

처음 찾은 가건물 그 성당은 내 고향처럼 그렇게 아늑하고 따뜻 할 수가 없었다.

마치 내가 항상 다녔던곳처럼 낯설지가 않았다.

그날 주보엔, 성가대에서 오디션 없이 단원을 모집한다는 글이 유난히 나의 눈에 띄었다.

처음 찾은 성당에서 노래 부르는걸 좋아단다는걸 어찌 알고, 입단하리라는것도 알고 있듯이 마치 점지되어 계획되었던 일들이었듯 순조롭게 짧은 시간에, 딱 맞아떨어졌듯 그러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졌다.

 

그런데 그 후 참 신비스런 일이 발생했다.

그렇게 무서웠던 그 상태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두 떠나 버렸다.

어둠만 오면 꼼짝을 못하고 무서움의 공포로 떨던 나는 깜깜한 아파트 복도도 나갈 수 있었고 목요일 밤 걸어서 성당까지 성가대 연습을 다니는 나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모든일이 거짓 같았다.

마치 하나의 꽁트 같았다.

하느님은 당신 이름 그 하느님 한 마디로 잠들어 있던 나를 부르셨다.

그 어둠의 자취에 빠졌던 시커먼 나를, 그렇게 설쳐대던 마귀의 틈바구니에서 반드시 죽을 줄 알았던 나를 깨우신다.

하지만 어느날 잠자리에 들었는데 내 귀 가까이서 가느다란 소리로 기분 나쁘게 웃는 소리가 들리어 오싹 오싹 소름이 끼쳤다. 이히히히

자는 남편을 깨워 그 소리 들었느냐고 물으니 왜 잠자는 자기를 깨우냐고 귀찮아 한다.

아직도 누군가 나를 떠나지 않았네!

이젠 너에게 나를 줄 순 없지 않겠니?

눈을 딱 감고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꺼내어 주의 기도로 하느님을 불렀다.

그렇게 두 번을 나타났는데 그 후엔 다시 나타나질 않았다.

나는 그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둠으로 정복됐던 그 자취들로부터 해방이 되었다.

언제나 너희와 함께 계신다는 하느님은 그렇게 나를 사랑하시고 계셨다.

그렇게 나는 부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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