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하늘나라로...(예물기도)
작성자송규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10 조회수896 추천수3 반대(0) 신고
 ...

마르티니 추기경은 영적 체험을 존재 깊숙이 각인시키는 행

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천부적 직관들을 마음과 기억 속에 막

연하게 내버려주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에게는 종종 은총의

순간들, 즉 하느님께 대한 진정한 깨달음이 있다. 하지만 시

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체험들은 성장하지 못하고 잊혀진다.

그것은 그 체험들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

것들을 기억 안에 어떤 식으로든 각인시키지 못했기 때문이

다.“. Carlo Maria Martini

집념의 인간 야곱 본문 p.97에서 인용 

 

위의 가르침 처럼

임마누엘 하느님! 늘 함께 하시는 하느님

하느님의 사랑! 잊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남겨 봅니다.

 

새벽전화

 

새벽 3시경 처의 핸드폰이 울리고  전화 받는 소리에 깨어났습니다. 그간 9개월간의 암 투병생활을 하다가  처형(妻兄)은 49세 나이로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11월 22-24일 3일장을 치루고...

 

설비 제공 사업을 하는 남편은  공사후 받는 대금이 주로 약속어음이 많았습니다.  현금화하는데 늘 어려웠고 공수표가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였습니다.  그래서 처형은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여러 일들을 하였습니다.  마음이 워낙 착하시어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힘든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불교인이라 등산과 산사를 찾아서 내적 대화를 많이 하였던 같았습니다.  몸은 지쳐 보여도 마음은 고요해 보였습니다.  말 못하는 슬픈 고요의 바다를 가슴에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권면과 대세

 

'영원한 생명'을 구하는 신앙의 순례 여정을  교회의 가르침 속에서 배우면서 개인 신앙 안에 또렷한 것은 선교의 응급성이었습니다. 선교를 하는 것은 성령의 이끄심으로 믿으며 간곡히 권면을 해 왔었습니다.

가톨릭 신앙은 고통 중에서도 하느님이 함께 하심으로 신비한 내적 기쁨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 또한 맛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당신 호의에 따라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시어, 의지를 일으키시고 그것을 실천하게도 하시는 분이십니다. 필리피 2,13)

 

대세를 받기전 병실에서

 

금년 2월에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 3차까지는 운동도 가능하고 식사도 잘하였답니다. 고비는 4차부터 이었습니다. 약물의 반장용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머리털이 빠지고 혼절상태와 복수가 차오르는 등 ... 그리고 통증 또한 심하여 갔습니다... 기운은 더욱 더 쇠해져 가면서...

 

기도의 힘(미사 예물의 기도 체험)  

예물기도

주님, 이 예물을 정성껏 봉헌하며 비오니, 주님께서 제정하신

거룩한 신비를 거행함으로써 저희 구원이 온전히 이루어지게 하소서.

우리 주…….


 새벽에 꿈을 꾸었는데 병원 원목실 신부님이 성체성사(성반, 성작을 드시고)를 거행하시는 꿈이었습니다. 꿈은 적극적으로 해석하라는 송봉모 신부님의 글을 근래에 읽은 기억이 떠올라 누군가를 위해 미사예물을 올려야 겠다 라고 스스로 꿈을 적극적으로 해석을 하였습니다.

 

수요일 당일 점심시간에 처형의 세례를 간구하는 생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아내로 부터 "언니가 '대세'를 받겠다구 하네" 하며 기쁨에 넘친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습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

즉시 떠오르는 것이 오! !!  미사의 은총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사예물 기도의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병중에도 완강히 거부하여서 두 손 들었던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사를 드리고 그렇게 빠른 응답을 받을 줄이야... 놀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대세를 받겠다는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그 상황이  궁금하여 물어 보았

습니다. 그즈음(대세 받기 얼마 전부터)  4차 항암 치료부터는 급속히 악화

되어 잠을 못 들고 헛소리를 자주 하며, 불안 초조 하는 모습을 간병하는

형님(처형의 부군)이 겁이 날 정도 였답니다.

형님이 병실에 잠깐 나갔다가  들어오면 처형이 무엇을 목격한 듯이 말씀을

하는데 "방금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자기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못 보았냐?"고 하더랍니다.

 

그런 사례가 자꾸 반복되어(헛것을 보고...)  병원 측에 증상을 알렸더니

안과에 질환이 생겼는지 조사를 해도 원인을 알지 못했답니다.

그간 저희에게 들었던 세례 이야기가 생각나서  권했답니다.

 

 세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 변하기 전에 즉시 대세를 주기 위하여 레지오 단원 자매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관할 구역은 아니지만 저희 본당 주임신부님의 허락으로 원장수녀님, 교리 수녀님 이 병실에 오시어 대세를  주셨습니다. 세례명은 "안젤라"로...

 

병자를 보신 저희 본당 교리 수녀님의 마음도 아프셨던지 늘 손에 쥐고 돌리던 묵주를 처형 손에 꼭 쥐어 주고 가셨 답니다. 즉각 처형네 관할 구역 성당에 전화로 대세 받은 사실을 알려 드렸습니다. 환자의 긴급한 상황을 전해 드리고 구역 봉사자들에게 교리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처형네 관할 본당 수녀님께서 조치해 주셨습니다.

 

보례를 통한 첫 영성체

 

드디어 응급하고 위태로운 상황 하에서도  추석 이틀 전에 처가 가족과 대모님이 함께 한 가운데 병실에서 보례를 통한 세례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이마에 성호를 그어 기름 부음을 주실 때 환해지는 모습을 보고 모두들 신비감을 느꼈습니다. 교리를 오래 받은 것은 아니지만 오롯한 마음으로 주님을 영접하기에...

 

영안실에  있었던 ...

 

1)거룩한 분들의 손길을 보았습니다!

 

새벽 4시경 영안실에 도착하니 저희 보다 먼저 대모 자매님이 미리 오셨습니다. 최근 요통으로 아픈 몸을 뒤로 한 채 새벽같이 달려오시어  처형내 경제사정을 배려하여 영안실도  작은 방으로 잡아 놓았습니다.

연령회가 결성되지 않아 입관을 하지 않는 사정에도 불구하고 신부님의 허락을 받아 대모님(김 로사)이 세상을 떠나는 안젤라를 보면 안쓰럽다고 직접 염을 해주고 싶으시다고 하시면서  72세 드신 자매님과 함께 입관 해 주셨습니다. 하얀 솜에 사랑으로 세상에서 얻은 자국 하나하나 닦아 주셨습니다.

 

(가톨릭 신앙은 참되고, 아름답고 거룩한 종교임을 확실히 보고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얼마나 위대한 신앙인가를...)

 

2) 서로  이야기 중에서

 

영안실에서 세상을 떠난 처형 안젤라에 대하여 신앙 안에 있었던 일들을  반장님, 구역장님을 통해 듣게 되었습니다.  방문 교리공부를 시키기 위해 처음 만난이래. 세례와 장례미사에 이르기까지 안젤라(처형)를 회상해  보면, 하느님의 도우심과 본인의 오롯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교리를 한 달 받고 방학에 들어간다고 했더니 처형 안젤라께서는 안타까워하더라는 것입니다. 기운이 없어 벽에 등을 데고 있다가 쓰러지려 하면 자매님들이 함께 손을 잡고 성가를 불러 주면, 쇠약하고 통증에 아파하면서도 얼굴에 생기가 돋아나더랍니다.

 

연약한 병자가 미소를 띠우면서, 간절히 하느님께 간구하는 모습을 보면 주위에 자매님들이 오히려 감동을 받을 정도 이었답니다.  신앙의 신비를...

어쩌면 저렇게 절절한 기도를 드릴 수 있는가? 참으로 애틋한 모습... 가난한 자의 오롯한 기도라고 ...생각들을 했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응답하실 것 같은 모습 이더랍니다.

 

구역 어느 자매님의 기도 중에 세상을 떠난 안젤라를 위하여 연미사를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 생각을 구역에 이야기 했더니 자매님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서,  이왕이면  미사 참례자 많은 요일로 정하여 계속 연미사를 올리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푸른 하늘을 보니 괜히 눈물이 ...

 

그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영안실을 나와

잠시 푸른 하늘을 보니

속에서 이런 마음이 들어 눈물이 더 났습니다.

머릿속은 텅 빈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눈물이...

 

마음으로 하늘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드릴 수밖에 없네요.

처형(안젤라)은

극심한 고통의 투병생활을 하였습니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던 처형 네입니다.

 

꼴찌로 세례를 받은 것 같기에

봉사 활동도 할 겨를이 없었기에

거기다가 가난도 하여 

찾아오는 이 적기도 하여

너무나 쓸쓸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하늘로 돌아간

첫 새벽에

성령안에 하나 되듯이

대모가  달려 와 주시고

연령회원 단원들이

모든 준비를 해 주었습니다.

 

저와 요한나도 함께

첫 연도를 올렸습니다.

 

연도하시는 자매님의 애절한 소리에

요한나와 형님(처형의 부군)은

연도 중에

목이 메어 눈물 속에 울기만 하였지만 말입니다.

 

레지오 회합이 있는 날이라

계속 연도가 이어졌습니다.

다음날도 계속 연도가  더 이어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도우심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주님!

마치 첫째가 꼴찌되고 꼴찌가 첫째 된다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 돌아가신 날

바로 옆에 있던 우도성인처럼...

 

(연도는 하늘나라에 베틀을 짜는 것과 같다는 비유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고생을 너무 많이 하다가 이렇게 떠나게 되니

세상 적으로는 얼마나 불쌍한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오로지

주님만을 의탁하며

따르려 하오니...

저희에게 좀 더 굳세 지게

용기와 힘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연약한 저희이기에

아니...

주님 모습 한번

'나 여기 있다'보여 주시면 안 됩니까?

 

장례미사

 

신부님 말씀

" ...

제가 세례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병원 원목실 수녀님께서

"교리는 얼마 받지 못했으나

간절한 마음과 주님을 영접하고자 하는 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라고 보고를 받고

병원 원목실 신부님께 맡겼습니다.

 

병실을 찾아 만났던 안젤라 자매님을 본 순간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때는  대세자 이였지만 묵주를 들고 복도에서

저를 기다리며 '웃는 모습'이 신앙의 신비이었습니다.

어떻게 극심한 통증과 고통 ,불안 속에서 평화로운 미소를 띨 수가 있는지?

신앙 안에 잊히지가 않습니다.

...

가족 분들이 준비를 잘 시켰습니다.

이제 예수님 곁으로 보내 주십시다...

...

비록 남은 가족들에게 아픔을 잊기에는 많은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 라고

장례미사 강론이 있었습니다.

 

강론을 들으면서

한 영혼이라도 구원해야한다는

절절했던 신앙안의 모든 일들이 떠오르며

함께 하시는 하느님 생각에

눈물을 주룩 주룩 흘렸답니다.

 

안성 천주교 공원묘지에 묻고서...

돌이켜 보면 너무 젊은 나이이기에 세상을 떠나는 길도 처형(안젤라)는 아쉬웠던 것 같았습니다. 11월22일 새벽에 운명하고 이틀간 온종일 연도를 받으며 세상의 것을 홀홀 털어버리고 한줌의 재가 되어 안성 천주교 공원의 작은 유택에 들어가는시각은 산속에 해가 막 저물어 깊은 어둠으로 들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두고 남편을 두고 언니동생 어머니를 두고  웃고 울던 세상을 떠나 가는길이 끝내 가기 싫어 했을 껏 같습니다.아쉬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셋째날도 아침에 영안실을 일찍 나서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하고 어렵게 안성천주교 공원묘지에 다달았습니다. 해가 지면 안택이 안되고 다음날 해야 된다고 하여 운구차가 교통체증과 위치를 찾는데 어려웠습니다.장지에 겨우 당도하니  막 마감시간 17시이었습니다.

 

작은 유택에 들어가기전 마지막이라고 유골함을 어루만지며 작별을 고하는데

처가집 막내댁이 껴앉고 울었답니다. 나중에 들어 보니 안을때 따뜻하여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아 눈물이 더 나왔다고 합니다.

 

유골함을 넣고 겉문을 닫을 때 마주 보이는 저 산너로 해가 산속으로 넘어

가는 것이 마치 한 인생도 해가 지듯이 그러하듯이 넘어가는 것 같아 슬픔이

더 하였습니다

어제는 저의 처가

슈퍼마켓에서 오렌지 주스 병을 보고 눈물을 짓더라고 합니다.

(처형은 몇 해 전에 오렌지주스..일을...)

 

저의 딸이 일러 주더군요...

"엄마가 안젤라 이모 때문에 무척 가슴 아픈가 보다고..."

 

천주교 신자로

세상은 살아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모든 것을 받았기에...

오로지 감사드릴 뿐임을...

 

신앙안에서 만나고 배우고

참으로 많은 것을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15

이 모든 것은 다 여러분을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은총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퍼져 나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게 하려는 것입니다.

2코린토 4,15

  (2006년 11월 22-24 있었던 일을 회상하면서... 끝)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집니다

믿음에 따른 삶(2코린토 4,16-18)
16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외적 인간은 쇠퇴해 가더라도 우리의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집니다.
17 우리가 지금 겪는 일시적이고 가벼운 환난이 그지없이 크고 영원한 영광을 우리에게 마련해 줍니다.
18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가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합니다

 

 

 

 귀 천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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