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은 나의 기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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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신기수 | 작성일2008-12-18 | 조회수2,038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주님은 나의 기쁨 젊은 시절, 저는 어느 무역회사의 수출부서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바이어 접대를 하고 밤늦게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던 중, 맞은편에서 오고 있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참혹한 사고는 1982년 3월 25일 잠수교에서 일어났습니다. 얼마나 심하게 다쳤던지 병원에서는 제가 살 가망이 없으니 데려가라고 하였답니다. 저희 부부는 당시 냉담 중이라 아내는 하느님께 매달리지도 못하고 눈앞이 캄캄해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는데, 외사촌 누나가 저를 살리실 분은 오직 하느님뿐이니 주님께 기도하자며 이끌어 주었고, 저희 가족은 교우들과 함께 철야기도하며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저는 사고 후 23일째에 의식을 회복하고 34일째에 한쪽 눈을 떴으며 50일째에 ‘아멘!’ 하고 말을 하였습니다. 몸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간신히 휠체어에 몸을 의지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다음엔 걷게 되었는데, 중심을 못 잡아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지팡이를 짚은 채 다니고 있습니다. 퇴원 후에는 성령 세미나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 뜨겁게 하느님을 체험하고 굳은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 후 저는 이웃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본당신부님 영명축일에는 영적선물로 십자가의 길 365번을 약속하고 실천하기도 하였습니다. 제 기도는 길을 가면서도, 목욕탕에서도, 이발소에서도 쉬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식사 중에도 기도하면서 가족들에게 내가 기도하는 중이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신문이나 TV를 볼 시간도 전혀 없었습니다. 필리피 1장 21절의 “사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라고 고백했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바로 저에게 해당되는 말씀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던 중, 1985년 여름에 참석했던 2박3일의 피정을 통해 형제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제가 좋아하는 기도나 묵상이 이웃의 생각이나 이웃이 원하는 것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도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의 뜻을 존중하고 일치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 건강하고 장래가 창창했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되어 가장 역할을 대신 짊어지게 된 아내는 문방구점을 인수받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정말 힘들게 지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저는 미안함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부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마다 이불과 요를 개어 옷장에 넣는다든가 방을 쓰는 등 집안일을 돕고, 가끔 문방구점에 나가 도와주었습니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운 저에게는 참으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주님과 가족을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일 구약성경 석 장과 신약성경을 한 장 이상씩 읽어 3년 동안 구약성경을 세 번, 신약성경을 다섯 번 읽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시 두 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제가 화장실에 가려고 방에서 일어서면 그 어린 것이 얼른 지팡이를 가져다주었고, 제가 운동을 하고 방에 앉아 있노라면 아들이 제 발바닥이 더러운 걸 보고 “아빠 지지!” 하며 저를 화장실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변기를 가리키며 “여기 앉아!” 하고는 세숫대야에 물을 받고,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제 발에 비누질을 하고 말끔히 닦아주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주님께서 손수 저의 발을 씻어 주시는 듯이 느꼈습니다. 그때 저는 “주님께서 이 죄인의 발을 씻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주님께서 저의 발을 씻어주시는 겸손을 저에게 주십시오.” 하고 기도했습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새로 주신 삶을 산 지 어느덧 26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육신의 고통을 통해 사랑이신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지금까지 제 생활의 모든 문제들을 미사성제와 성체의 은혜로 해결하면서, 작은 일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생동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 삶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루하루 주어진 기쁨의 삶은 모두 주님의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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