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의 책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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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순 | 작성일2010-01-18 | 조회수1,496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처음 만나는 사람은 그 어떤 사람도 상처의 골을 깊이 만들지 않습니다. 뜻이 맞지 않아도, 좀 무례하게 굴어도 스치는 바람처럼 가벼이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든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서로 맞지 않는 것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별 사람 있나 맞춰가며 살아야지’ 하다가도 어느 시점에서는 반기를 들게 되는 것이 이웃관계입니다. 그가 나빠서도 아니고 자신이 나빠서도 아닙니다. 행동양식이 다르고 인지구조가 달라서입니다. 때론 이런 사람들과 부딪쳐서 생기는 문제들이 사람을 더 지치게 합니다. 한동안 기도생활에 분심을 주던 자매를 밀어내려다 다시 그녀를 끌어안은 일요일 오후, 피아노의 고운 선율에 만면에 미소를 띤 주님의 음성이 실립니다. 그동안 못된 성격 때문에 주님의 애를 많이 태웠습니다. 하루는 가는 곳마다 분열을 일으키는 그녀가 교회의 가라지라고 혹평하다가, 하루는 남의 잘못을 자기기준에 맞춰 판단하는 것도 주님이 원치 않는 일이라고 자신을 몰아붙였습니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또 고심하다가 아무 쓸모없는 문제를 놓고 되뇌기를 수 십 번, 그래도 끝내 주님은 고개를 돌리시고 모른 척하셨습니다. 주님은 누구의 편이 되어주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그녀와 소원해진 관계가 회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께서 제게 다가와 호통을 치시는 것 같았습니다. 성전에서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시는 모습이 그러하셨을까?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 "속옷을 달라고 하면 겉옷도 내주어라." "오른쪽 뺨을 때리거든 왼쪽 뺨도 내밀어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노기 띤 그분의 말씀에 끝내 저는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이튿날 주일미사에 그녀 옆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계획이신 것 같았습니다. “평화의 인사” 에서 저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자신 때문에 가슴앓이 한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그녀는 반갑다고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주님께서는 미사시간 내내 저를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그의 곁으로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가라." "미사, 그 거룩한 나눔의 잔칫상에 불목한 자식들이 둘러 앉아 아버지와 어떻게 함께 음식 을 나눌 수 있겠는가, 너희가 하나 됨이 아니고서는 미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 "하나 되라! 하나 되라!” 오늘도 주님은 행위마다 열매를 맺어 누군가의 먹이가 되라하십니다. 때론 껄끄러운 대상을 끌어안으라는 주님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다시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망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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