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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회개의 선물
작성자이봉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08 조회수1,554 추천수2 반대(0) 신고

                                   회개의 선물

 

 

사람에게 한번 준 마음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마음을 주며 살았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인연에겐 밝은 마음으로 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긴 세월 나를 사랑했던 인연에게는

밝음보다 어두움을 더 드리우며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곡이 무르익어가는 들판에 서면

스펀지가 물을 먹듯 마른 양심이 물을 먹습니다.

한낮 작은 씨앗도 땅에 뿌려지면 저렇게 풍성한 열매를 맺는데,

나는 인간이면서 일생 허상만 쫒다가 빈 쭉정이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참회로 솟구친 눈물을 삼키며

추수를 끝낸 들판을 바라보고 서있는 내 모습은

그렇게 초라한 것만은 아닙니다.

땅과 친숙한 몸짓으로 감사기도를 올리고 있는 나의 영혼은

때론 발레리나를 닮은 들꽃 같기도 합니다.

 참된 회개를 삶의 밑거름으로 삼은 거듭난 영혼들,

기쁨으로 잠 못 이루는 이 보듬을 이 누구이겠습니까?

삶의 리듬에 맞춰 함께 춤추실 이 누구이겠습니까?

그분은 우리의 양심보다 훨씬 더 크신 주님이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삶속에 깊숙이 들어오셔서

우리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그 먼 길을 따라 오셨습니다.

우리를 앞장세우시고 항상 ‘힘내라’ 격려하시며 따라오셨습니다.

그분은 어둠 속을 헤매는 우리에게 봄 햇살처럼 나타나셨고

부조리한 세상, 분노로 속 끓이던 날도

하늘로부터 생명수를 끌어내려 타는 가슴을 적셔주셨습니다.

 생각하면 눈물겹습니다. 그분 사랑이,

이제야 나도 사람들 앞에서

그분을 진정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망신

 

재의 수요일 아침 산에 올랐습니다.

누군가가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이제 너의 고난의 십자가는 내려졌다고,

네가 주와 동참할 십자가는

은혜의 십자가이며, 영광의 십자가라고,

 그러나 성령께서는

그런 유혹은 뿌리쳐야 된다고

이렇게 바로 행동으로 옮기셨습니다.

 장롱 위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고 의자에 올라갔다가

중심을 잃는 바람에 저만치 나가떨어졌습니다.

몸이 아프지 않은 데가 없습니다.

여기저기 아픈 만큼

이모저모 아픔을 주었던 사람들이

의식 속에 살아나 회개하라고 아우성인 것 같습니다.

이는 주님의 수난을 바로 이해하고 동참하라는

성령의 책망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이 세상에 성령의 가르침같이 확실한 건 없습니다.

갈수록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려는 유혹 앞에

약삭빠르게 주님 수난을 외면하려다 망신만 당했습니다.

파스를 온몸에 다닥다닥 붙이고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제 꼴이 우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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