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현실이 막막하더라도
작성자이봉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16 조회수1,564 추천수5 반대(0) 신고

 

 살아오면서 어떤 때가 가장 힘들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대개의 사람들은 현재라고 말할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오늘의 고통이 가장 크게 피부에 와 닿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가장을 잃은 상실감, 경제적 손실이 극도에 달했을 때,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해야 되는데, 세월 지나고 보니 그 고통은 어디론지 다 사라져 버리고 오늘 겪는 작은 괴로움이 가장 힘들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불행과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려면 쉽게 나오는 말이 '세월이 약' 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모든 걸 다 맡기고 산대해도, 현실이 막막하게 느껴지면 눈앞에 가로놓여 있는 문제만을 놓고 기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 자식이 실직을 하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 하느님 영광 받으시라는 기도가 어떻게 먼저 나올 것이며, 자신이 병들고 궁핍한데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먼저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시간 속에 함께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생에 그때그때 필요한 삶의 영양소를 계속 공급해 주셨다는 것을 세월이 훨씬 흐른 뒤라야 깨닫게 됩니다.

 이렇듯 하느님의 은혜는 모진 고통의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그 깨달음을 앞당겨 얻게 되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이럴 때 일수록 항구하게 하늘의 지혜를 구해야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이 주신 지혜만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현실에 희망이라는 날개를 달아주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잠언서, 지혜서, 집회 서를 붙들고 씨름 한날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고통의 세월이 길었습니다. 그러나 오뚝이처럼, 넘어지면 일어서고 넘어지면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삶의 모든 에너지가 담긴 말씀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했기에 오늘도 믿음과 사랑을 시간에 실으려 애쓰며 사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 뜻을 거스르지 않는 한, 그분께서는 우리가 바치는 대로 기도를 응답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런 체험을 수 없이 하며 살아왔습니다. 노력만하면 어릴 때부터 꾼 터무니없는 꿈도 이루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밤잠을 설쳐가며 독서에 열중했던 저는 이담에 크면 꼭 이러이러한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 했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폭넓은 사랑을 사람들과 나누라고, 당신을 삶의 중심에 두고 체험한 글을 수수하게 쓰라고 수필가가 되게 하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을 면면히 살피시며 은혜를 내려주시기 알맞은 때에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또한 그 어려웠던 청소년 시기를 별 탈 없이 보내고, 낮은 자리일지라도 값진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자식들을 눈여겨 볼 때마다, 감사기도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변치 않으시니, 인내는 모든 것을 얻게 됩니다." 라는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의 이 말씀은 오늘도 제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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