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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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절한 마음을 품으면
작성자이봉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20 조회수1,719 추천수7 반대(0) 신고

 

 한사코 말려도 동생이 평촌에서 서울까지 택시를 대절해 주었습니다.

이것저것 싸준 짐이 많아서였습니다. 기다리던 택시에서 차문을 열고 나와

짐을 받아 준 기사는 의외로 곱상하게 생긴 중년여인이었습니다.

줄무늬 셔츠에 조끼를 받쳐 입고, 주머니가 아래위로 달려있는

등산복 바지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꽤나 세련돼 보였습니다.

외곽도로를 타면서, 행선지를 자세히 묻던 여인이 나를 몇 번 관찰하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11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이어받은 사업이 한동안 번창하였지만,

내부관리 미숙으로 결국 2년 전 부도를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매일 주변에 들끓던 사람들은 차츰 자취 없이 사라지고

전화벨소리까지 뜸하던 어느 날, 늦게 소식을 접한 한 지인이 나타나

“당신 재기 할 수 있어” 하는 한마디에

대학생인 두 딸의 장래를 위해 운전대를 잡기로 결심했다고 했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되는 한마디 격려의 말이 그녀에게 재기의 힘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처음엔 쑥스럽고 비참한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잡음이 그치지 않던 복잡했던 과거를 내려놓게 되니

단조로운 생활이 오히려 머리를 맑게 해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

어려운 사람들을 더 많이 돕지 못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말에 진심이 배여 있었습니다.

 

 순간 진정한 나눔은 풍족해서만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는 게 빠듯해도 작은 나눔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마른 솜이 물을 먹듯 삶이 조금씩 여유로워 지는 것을,

이것이 나눔이 주는 선물입니다. 그녀도 그 걸 곧 깨닫게 되길 바랐습니다.

 

 나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먼저 마음을 간절히 품으면 하느님은 우리 손에 나눌 것을 쥐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실을 자주 체험하며 사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들의 은밀한 나눔같이 아름다운 것도 없습니다.

그녀의 후회가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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