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응답 받은 묵주기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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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순 | 작성일2010-10-01 | 조회수8,552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친구도 필요했고, 즐기기도 싶었으며, 울고 싶기도 했고, 방황도 하고 싶으셨다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고별메시지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늘 기도했습니다. 손에서 묵주를 놓은 적이 없습니다." 오래 전, 내 손에서도 묵주를 놓은 적이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빈민국 아이들의 굶주리는 모습을 TV에서 접할 때마다 그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ARS 전화번호를 외우기도 전에 화면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립니다. 그래서 기도부터 하자고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그때의 마음은 참으로 열절했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불우한 아이들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묵주를 늘 손에 들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낸 것이 성모송 한 번을 밥 한 공기로 바꾼 것입니다. 곧 그 밥그릇을 굶주리는 아이들 앞으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감으면 마음으로 되는 일이었습니다. 동화 같은 발상이었지만 왠지 성모님께서 이 기도를 누군가를 통해서 열매 맺게 해주실 것만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산책할 때부터 시작한 기도가 차츰 외출시간, 잠자리에 들어서도 묵주기도는 계속됐습니다. 이때부터 감사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물질이 풍부한 이 나라, 이 땅에 발붙이고, 먹을 것 충분히 먹고 사는 것부터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감사기도를 하다 보니, 감사에 무뎠던 마음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차츰 냉장고가 비울 새 없이 채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실한 식생활을 할 것 같은 엄마를 위해 해외에 사는 딸이 가끔 인터넷 쇼핑으로 장을 봐서 보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해 '묵주기도성월'을 맞으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냉장고를 채워주는 이 먹을거리의 출처를, 매일 성모송에 담긴 밥공기가 영의 파장을 타고 지구촌 곳곳을 돌다가, 내게도 잠간씩 들렸다 가는 '기도의 은혜'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구하지 않은 것까지도 구체적으로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믿고 싶었던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의 마음으로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시고, 각자에 맞는 영혼의 옷을 입혀 아버지께로 인도하시는 어머니, 성모님은 참으로 자애로운 주님의 어머니이자, 우리의 어머니십니다. 이런 어머니께서 나눔의 불균형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당신 자녀들을 바라보시며, 프랑스의 작은 마을, 라 살레트에서 빛에 둘러싸인 채, 바위에 앉아 홀로 울고 계셨던 성모님처럼, 비통한 마음으로 불우한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하실 성모님을 생각하면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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