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운전대 잡고 뒤돌아보기 없기 | |||
---|---|---|---|---|
작성자정은정 | 작성일1998-09-30 | 조회수7,075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 언젠가 큰아버님 댁에 갔을 때 사촌 형수님을 도와 밭에 김을 맨 적이 있다. 처음 하는 밭일이라 서툴기 짝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사촌 형수님은 천천히 손을 놀리는 것 같으면서도 밭이랑을 따라 쑥쑥 앞으로 나가는데 어찌된 셈인 지 나는 아무리 바쁘게 손을 놀려도 제자리인 것 같았다. 그래서 몇 번이고 허 리를 펴고 뒤를 돌아다보며 내가 얼마나 김을 맸는지를 확인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자신이 한 일의 결실을 확인하는 것은 지치지 않고 계속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하지만 세상일 가운데는 금방 그 결실을 확인할 수 없는 일도 많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이 그렇다. 세상은 몇몇 사람의 노력으로 쉽게 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나무를 심는 사람'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몇 십 년을 쉬지 않고 나무를 심은 한 사람이 황무지를 푸른 숲으로 가꾸어 놓았 다. 물론 자기 소유의 땅도 아니었다.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당장의 결실을 확인 하고자 했다면 아마 그는 이내 실망하고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예수님은 화려한 성공을 거둔 분이 아니셨다. 그분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변 변한 제자 하나 길러내지 못했고, 당신을 따르던 사람들로부터도 외면당했다. 제자들이나 사람들은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공과 결실을 원했지만, 예 수님은 하느님 손에 맡겼다. 세상을 위해, 하느님을 위해 자신을 바치겠다는 사람 들 가운데 실망하거나 좌절하는 이들이 생기는 것은 자신이 한 일의 결실을 자 기 손으로 거두어들이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이 한 일의 결실을 스스로 거두어들이려는 사람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다.⊙ (박영대/사목조사 컨설팅센타 실장) |
||||